잠겨도 좋을까. 부서져도 좋을까.
바다와, 눈앞에 그대.
작은 파도가 언젠가 나를 집어삼키지 않을까
아름다워 보이는 지평선 바다가 언젠가 나의 숨을 막지 않을까
파란 아름다운 빛깔의 일렁임이
나의 코와 입을 막아 작은 목소리까지 막아버릴까
그대가 나를 떠나버리지는 않을까
아름다운 그대가 언젠가 가볍게 떠나는 손을 천천히 흔들까 봐
발간 설레던 그 입술의 움직임이
이젠 나를 혐오하는 칼로 나를 가벼이 베어버릴까
아,
내가 정말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내가 바다와 그대를 두려워하는 이유를 알았어요.
곁에 있어도 보고 싶고, 내일 만난다며 서로를 위로해도
다시금 서로를 서로의 품에 안아 한마디를 더 하고 싶은,
나를 부수어 버릴지 몰라 쉽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언제가 그 품에 꼭 안겨 눈물방울 그 가운데 더하고 싶은,
말로만 듣던 사랑이라는 것을 그대와 나는 하고 있나 봐요
말로만 듣던 사랑이라는 것을 바다와 나는 하고 있나 봐요.
그대여, 나를 당신의 품에 안아 주오.
그대여, 나를 파도 가운데 밀어주오.
나의 마음 대신에 그대를 선택하리라 다짐하겠어요.
나의 호흡 대신에 그대를 선택하리라 다짐하겠어요.
매일 밤, 잠 못 이루며 무서워하고, 불안에 잠식될 바에는,
나는 그대와 함께 감사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어요.
그러니, 사랑해 주세요.
그러니, 사랑해 주세요.
그 후에는, 언제고 나를 버려주세요.
한순간 사랑하고, 한순간 안았었다는 그 이유 하나로,
나는 그 후의 모든 해일과 고통까지, 더하여질 불안과 공황까지
사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