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혼자.
겉에 가시가 돋아난 상자를 만들어
스스로 그 안에 다시 들어간다.
돋아난 가시는,
누구든 벨 수 있을 만큼 날카롭다.
그 상자 안에 들어간 채로,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하러 나아간다.
내가 믿는 그 분과 대화하러 나아간다.
나는 미안해진다.
결국 내가 다가가면, 누군가가 다가오면
결국 누군가는 이 가시에 찔리거나 베일 수 있음에
매일 미안하고, 또 미안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안에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있다고
머리 좋은 사람이 그 말을 한 것 같은데,
왜 내 안에는 다 큰 스물여덟의 청년이
징그럽게 이 안에도 동일하게 존재할까.
나는 징그러운 존재이다.
회복을 받았음에도 다시 굳이 그 안에 들어가려 한다.
결국 자기비판과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댄다.
내가 진짜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잘하고 있을까,
이 가시 돋친 상자는 언제쯤 불태워 버릴 수 있을까,
질문만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