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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렌의 가을 Jan 13. 2019

행운에 대한 (개인적) 가설

혹은 믿음

나는 행운에 대해 나름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들어온 행운은 반드시 그것을 더 불려 세상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을 더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개 내가 더하는 것은 무형의 가치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가고 싶었던 전시가 있었는데 내게 초대권이 들어왔고 여분이 생겼다. 가능한 그것을 쓸모없게 만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관심 있는 주위 사람들을 찾는다. 거기까지는 내가 받은 만큼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나는 이 감사한 행운을 어떻게 가치롭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한다. 초대권을 내 주위의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평소 미술에 관심을 보였던 사람을 기억해 낸 다음,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하나 더 준다. 이때 조심할 것도 있다. 나의 감정적, 주관적 가치판단은 가급적 포함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앞둔 이에게 선입견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작가나 기획자,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이야기 또는 전시 공간의 특징 같은 것들을 들려준다.


실용적인 정보도 좋다. 19금 작품이 많아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거나 그럼에도 그곳에 어린이 미술관이 있으니 방법이 있다거나, 상설전시장에서 어떤 작품을 놓치지 말라거나, 미술관 건축의 특징, 영상물의 상영시간을 고려한 예상 소요시간 같은, 초대권이나 공식 안내에 쓰여있지 않은 정보를 더 알려준다. 상대방의 선택에 도움이 될만한 혹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나 나름의 안내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초대권을 전한다. 큰 노력은 아니지만 내 손에 들어왔던 감사함은 조금의 가치 타인에게 전달된다.


나는 이것이 나 스스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들, 감사했던 사람들, 예상치 못한 도움에 대한 나름의 보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행 중에 나는 우연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것은 내가 노력해 성취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감사한 호의를 통해 이와 같은 믿음을 갖게 되었다.


20대 초, 처음 외국에서 지내게 되었을 때, 도착한 첫 날, 나는 내 방 서랍에서 이전에 살았던 이의 편지를 발견했다. 그 편지는 앞으로 지내게 될 낯선 집에 대해 친절히 귀띔해 주고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입니다. 아주머니는 안 계시고 주말에 와서 자고 가는 여성분이 계십니다. 다만 이 집의 막내딸이 있는데 좀 못됐습니다. 조심하세요."


이후에 그 편지를 쓴 이가 누구인지 알게 되어 감사인사를 하고 식사를 샀다.


오늘 밤도, 여행자의 별이 그들을 축복하길.
그 축복이 더 큰 축복으로 이어지길.




후기:

편지의 내용은 모두 맞았답니다.


text by 엘렌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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