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주 낯선 나 몇 가지를 알고 있다.
가끔은 하루에도 몇 번씩 출몰하곤 하는 그런 나는
수면 위로 튀어 올라왔다가 다시 물밑으로 사라지는 돌고래처럼
몇 가지 내가 모르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 모두가 나이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몇 가지의 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런 나는 나의 ‘부분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부분들이 모여서 나 전체를 이루게 될 테니까 말이다.
1 더하기 1이 2라는 산술적인 합산으로 ‘나’가 만들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나’들을 모두 합쳐도 언제나 남는 부분이 생긴다.
가장 큰 목소리로 말하는 나를 살짝 뒤로 밀어 두고
수줍어하는, 때로는 입을 다물고 있는 나에게 다가가려 애쓴다.
조심스럽게, 바람의 방향을 찾듯이.
굳게 뭉쳐있던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는 마음으로,
작고 연한 식물을 키워 낸다는 마음으로.
나이면서, 나보다 훨씬 넓은 존재가 거기에 있다.
기억의 버튼들이 솟아나고 감정의 가지들이 뻗어나간다.
눌렸던 것들은 다시 올라오고 멈춰 있던 시곗바늘이 다시 움직인다.
끝도 없이 생겨나는, 그 남는 부분이야말로
가장 깊은 곳에서 몇 가지 ‘나’들을 움직이는 숨어있는 힘이 아닐까.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남겨진 부분을 가지고 있겠지.
타인들의 마음속에도 존재할, 그 부분들을 상상해 보면
타인에게 친절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찾게 된다.
우리는 모두 다
자신도 모르는 자기를 이끌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