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마블, 루카스필름에 이어 FOX까지 인수해 콘텐츠 제국을 완성한 디즈니는 디즈니+를 출시하고 D2C(Direct to consumer) 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디즈니는 경쟁사인 컴캐스트, AT&T와 달리 유료방송 플랫폼과 같은 유통 플랫폼이 없어 디즈니가 보유한 채널과 영화,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없다. 그러나 디즈니+를 통해 유료방송 또는 극장 체인을 거치지 않고 시청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시청자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유료방송 플랫폼 및 극장 체인들과 항상 수익 배분 및 서비스 시기, 방식 등을 두고 매번 어려운 협상을 한다. 넷플릭스가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정하는데 반해 디즈니는 서비스와 관련된 직접 결정권이 없다.
예를 들면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영화를 방학 시즌에 맞춰 7월에 1,000개 극장에서 개봉하고 싶어도 경쟁 스튜디오도 성수기에 맞춰 대작 콘텐츠를 내놓기 때문에 AMC와 같은 영화관 체인과 협상을 통해 수익률을 조정하거나 개봉관 수, 개봉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TV부문에서는 경쟁사인 컴캐스트와 ABC 등 채널의 채널 사용료 협상을 해야 한다. 콘텐츠 왕국이 된 디즈니 입장에서 자신들의 콘텐츠의 유통전략을 제삼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이 지불하는 요금의 50~60%밖에 얻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OTT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디즈니는 20년 애니메이션 영화 <뮬란> 개봉과 관련해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계속 연기하는 극장 체인들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결국 디즈니는 미국에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디즈니+에서 유료 서비스를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극장 개봉을 했다. 마블 시리즈 <블랙 위도우>의 경우도 극장 개봉 1주일 후 디즈니+에서 서비스했다. 물론 이로 인해 주연 배우인 스칼렛 요한슨을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TV 시리즈의 경우도 제작한 콘텐츠를 TV 채널을 통해 방송할지 디즈니+에서 서비스할지 디즈니가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OTT 매출이 가장 큰 수익원인 광고 매출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디즈니가 넷플릭스처럼 OTT 사업으로 급격하게 전환하지는 않겠지만 디즈니는 시청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D2C 창구를 확보함으로써 디즈니는 대 유료방송 및 극장 사업자들에 대한 높은 협상력을 확보하게 된다. 한편 디즈니는 코로나19 완화로 극장 개봉이 정상화되고 마블의 새로운 시리즈 <샹치>가 극장 흥행에 성공하며 21년 9월부터 극장이 45일간 독점 개봉하기로 합의했다.
디즈니의 OTT 전략은 ‘디즈니+’ 하나가 아닌 OTT 라인업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시청 타겟과 지역, 장르별로 여러 OTT를 단독 또는 조합해 서비스한다. 가장 대표적인 디즈니+는 가족 시청자를 타겟으로 한다. 수위가 높거나 폭력성이 높은 성인 취향 콘텐츠는 훌루가 서비스한다. 미국 외 지역에서의 성인용 콘텐츠(audult friendly content, 19세 콘텐츠가 아닌 비 기족용 콘텐츠를 의미함)는 ‘스타’라는 브랜드를 이용하는데 가장 시장이 큰 인도는 기존 1등 OTT 서비스인 ‘핫스타’ Hotstar를 인도시장에 맞게 매우 낮은 가격에 서비스한다.
그 외 지역에서는 ‘스타’라는 브랜드 또는 서비스에서 추가 비용 또는 추가 가입을 통해 성인용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또 스포츠는 ESPN+로 서비스한다. 스포츠 중계권의 특성상 국가단위 서비스가 가능해 미국 내에서만 ESPN+로 서비스하고 그 외 국가에서는 ‘핫스타’, ‘스타+’ 서비스에 스포츠 중계를 한다. 이렇게 여러 OTT 서비스를 이용해 전 연령과 장르, 국가 맞춤형 서비스를 하고 이들 서비스를 묶어 가입하는 번들형 상품도 제공한다.
OTT 라인업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에서는 디즈니+와 훌루, ESPN+를 번들링해 전 연령대를 커버한다. 훌루는 미국 내 서비스로 미국 외 국가에서는 ‘스타’ 브랜드를 활용해 성인용 콘텐츠를 서비스하는데 유럽에서는 디즈니+에 ‘스타’ 메뉴를 별도로 두고 추가 요금(2유로)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방식이다.
인도에서는 FOX 인수를 통해 확보한 인도 1등 OTT인 ‘핫스타’를 기반으로 ‘디즈니+ 핫스타’ 브랜드를 서비스한다. 디즈니+핫스타는 인도의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스포츠 중계와 HBO 등의 콘텐츠까지 제공하고 유/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의 경우 크리겟 경기 중계 시 최대 3억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동남아시아에서도 핫스타 브랜드를 론칭하고 있다. 20년 9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21년 7월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에 론칭하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스타+’를 별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론칭해 인기 높은 축구를 중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한다.
한국에는 스타가 포함된 디즈니+를 론칭할 예정이다. 한국에 론칭한 대표 OTT인 디즈니+를 자세히 살펴보면 2019년 11월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에서 론칭을 시작해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의 영어권 국가와 유럽 국가를 순차적으로 론칭했다. 20년 2월 인도에는 디즈니+ 핫스타 론칭을 하면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디즈니+와 핫스타 두 서비스를 론칭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디즈니+는 20년 8월 일본에서 가장 먼저 론칭했고 21년 2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타이완 한국, 홍콩에 순차적으로 론칭한다. 아시아와 함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중남미 국가에도 11월 대규모 론칭을 했다. 2022년에는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 론칭할 계획이다.
디즈니+는 기존의 디즈니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외에도 스타워즈 시리즈 <만달로니언>, 마블의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솔져>, <로키> 등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공한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몬스터 근무일지>, <미키마우스의 멋진 대모험> 등이 제공된다.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마블과 스타워즈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2-3달 간격으로 업데이트돼 콘텐츠 경쟁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극장 개봉 영화는 PPV 형태로 29.99 달러에 서비스하고 일정 기간 경과 후 디즈니+에 SVOD로 독점 서비스되는 형태다. 극장 개봉 영화들이 디즈니+에 서비스되는 시기는 디즈니가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한국 진출은 LGU+, KT와 제휴해 통신사 유통망을 이용해 빠르게 한국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넷플릭스가 13년이 소요된 1억 가입자를 무려 16개월 만에 돌파한 것은 초기 미국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의 제휴의 역할이 컸다. 2019년 11월 론칭한 디즈니+는 버라이즌과의 제휴를 통해 무제한 요금 가입자에게 12개월 이용권을 제공해 3천만 가입자를 단기에 확보했고 그 외 국가들에서도 통신사들과 제휴를 통해 빠르게 가입자를 늘렸다.
디즈니 플러스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5,65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1년 1분기 현재 3,690만 명인 아태지역 가입자는 분기당 450만 명씩 증가하고 있어 향후 1-2년 내 2천만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1년 11월 대규모로 론칭하는 아시아 지역과 함께 중남미 국가에서 가입자가 크게 늘 경우 22년에는 1억 5천만까지 증가해 넷플릭스를 더욱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는 아태 시장 중 콘텐츠 시장 규모가 큰 일본과 한국에 주목하고 있으며 로컬 콘텐츠 수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즈니+는 이미 국내 영화 및 방송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국내용 오리지널 콘텐츠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스튜디오앤뉴와는 장기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해 향후 5년간 매년 한편 이상의 작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첫 작품으로 웹툰 무빙 원작의 드라마 ‘무빙’이 예상되고 있고 강 다니엘 주연의 <너와 나의 경찰수업>과 JTBC <설강화>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디즈니+의 국내 진출 후 국내 콘텐츠 시장은 큰 변화가 예상된다. 디즈니+의 콘텐츠 수급방식은 실시간 방송을 제외한 모든 VOD 서비스 권리를 디즈니+가 독점한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권리는 10년간 독점하지만 국내는 경쟁 SVOD 서비스 일부를 제외하고 비독점으로 수급한다. 넷플릭스에 공급된 tvN 드라마의 경우 넷플릭스와 함께 모든 IPTV 등 TV VOD 서비스와 티빙, 네이버 등에서도 서비스를 한다. 반면 디즈니+는 드라마를 공급하는 방송사의 실시간 방송만 가능하고 나머지 VOD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더 높은 콘텐츠 판권료를 지불한다. 디즈니+에 콘텐츠를 제공하면 수익률이 높지 않아도 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두고 매우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디즈니+의 콘텐츠 수급 방식은 국내 콘텐츠 산업에 큰 갈등과 분쟁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방송사가 유료방송사에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디즈니+에만 제공할 경우 TV 플랫폼들은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는 가장 큰 콘텐츠 유통 수익(채널 사용료와 VOD 수익 합산 시)을 제공하는 유료방송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고 여러 협상에서 난감한 처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가 유료방송을 잠식했다면 디즈니+는 유료방송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국내 진출은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청자 편익은 높아지겠지만 기존 미디어 산업의 거래 관행과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와 방송사-유료방송- OTT 간의 역학 관계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디즈니+ 진출 이후 한국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변화 또는 진화할지도 디즈니+ 진출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