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낯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제 업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데도 절대 쉬워지지 않는 까다로운 존재인데요. 먼저 그 조상격인 테크니컬 라이팅부터 짚어볼까요? 아주 오래 전인 것 같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발자가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던 수단입니다.
출처: 도둑토끼님의 티스토리
기본 사용법에 고급 사용법까지 섬세하게 구분한 메뉴얼. 하지만 매뉴얼은 제품을 산 다음 날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희한한 법칙이 있습니다. 제품을 개봉한 직후부터 사용자들이 보게 되는 메시지 중 가장 흔한 것은 아래의 대화창입니다.
1.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고
2.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며
3. 잘 읽히지가 않습니다.
여기서 가장 많은 클릭율을 자랑하는 것은 '보내지 않음'이죠. "됐고, 빨리 닫아!"
다행히 요즈음은 이러한 문장이 사용자 경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Google은 몇 년 전부터 UX writing이라는 화두를 갖고 IO에서 사례 발표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I/O 2017에서도 실무자들이 나와서 Stand out UX writing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해주었는데, 내용이 정말 알차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저도 자주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개발자와 주고받던 내용을 그대로 쓰면 삑~! 듀얼코어인지 알게 뭐랍니까.
같은 뜻이지만 긍정적으로! 저같은 순정 마초에겐 참 어려운 일입니다.
좋은 UX writing을 위한 가이드가 도움이 되셨나요?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지는 않나요? 우리 서비스만의 개성을 담아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타겟 고객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방문해서 글들을 읽어보세요. 저에겐 생소한데 그들 사이에서는 즐겨쓰는 말들이 있고 말투가 있더라구요. 케이팝을 즐겨듣는 10대가 보는 음원 구매 페이지의 프로모션 문구를 30대인 마케터가 작성하면서... 최소한 공감대를 이루는 용어 하나쯤은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그렇다고 이걸 그대로 쓰자는 건 아니고....
아래는 가치판단을 배제한 채 모바일 앱에서 캡쳐한 문구들입니다.
어려운 용어나 은어가 없는지? 맥락이 이해되는지? 간결한지? 다음 액션은 제공되는지, 마지막으로 서비스의 특성이 느껴지는지 하나씩 점수를 매겨보세요.
통통 튀는 문구도 상황에 맞게 써야 합니다. 구글느님은 전문용어로 tone spectrum이라고 하더라구요. 예를 들자면 서비스를 제일 처음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는 매력적이고 참신한 톤을 쓰는 게 좋겠죠? 하지만 결제취소 방법이나 오류를 해결하는 페이지에서는 정보전달에 충실해야 겠구요.
학창 시절... 혼나는데 웃어서 더 혼나는 애들이 꼭 있음
UX writing은 누가 하나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진리의 케바케! 대기업 같은 경우는 대체로 문구를 전문적으로 작성하시는 분들이 따로 있지만 한글보다는 영문 번역을 위한 작업에 집중되어 있고. 제 예전 직장인 포털에서는 UI기획자가 직접 작성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문가가 감수를 해주더라도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를 위해 UX담당자가 직접 작성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