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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오 Aug 30. 2017

UX디자이너와 UX라이터의 협업

최근에 브런치에 UX라이팅 관련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의 반응이 다양한데요. 어떤 분들은 "디자이너 아니었어?"라고 하시고, 다른 회사에서 UX디자인을 하는 분은 "그 회사에 UW(UX writer)가 있지 않아요?"라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맞습니다. 저는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에도 별도의 작가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제 업무 중 약 3할은 UX라이팅이 차지합니다. 왜 제가 UX라이팅을 할까요?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필드의 UX라이팅이 어떻게 다양한 패턴으로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A회사: 디자이너 = UW

공연 관련 스타트업에서 UX디자이너로 일하는 영진씨는 UI문구를 모두 직접 작성합니다. 문장을 작성하면서 "이 맞춤법이 맞을까?  이 단어는 사용자에게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UW를 고용할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해, 팀원들의 의견을 물어 문장을 작성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싱가포르 버전 서비스의 런칭을 위해 기존 문구를 영문으로 번역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번역사에서 원래의 한글 문구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습니다. 많은 문장이 번역사의 제안대로 기존보다 더 사용자 친화적인 문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세한 영어 표현까지 의견을 물어오는 경우는 번역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형태로 진행을 했습니다.


무사히 싱가포르 버전을 런칭하고 며칠이 지나자 현지 공연관계자가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현지 관계자 : New events 를 New promotions로 수정부탁드립니다.

원래 한글 문구는 '새로운 이벤트'라고 되어 있었는데, 이것을 번역사에서 'New events'로 그대로 번역하여 '새 일정'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서비스를 번역사가 직접 봤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텐데...영진씨는 주의 깊게 살펴 보지 않은 본인을 탓하며 긴급히 문구를 수정습니다. 이번 일이 있은 후, 타운홀미팅에서 영진씨는 영문 UW를 새로 고용하는 것을 건의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국가에 서비스를 런칭할텐데, 본인의 역량으로는 정확한 영문 표현을 책임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B회사: UW = 편집자

정아씨는 C톡이라는 채팅앱을 만드는 회사의 UW로 얼마 전에 합류했습니다. 이 회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정, 윤문 작업을 외주 회사에 맡겼었는데요. 서비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정아씨를 UX writer라는 직함으로 고용했습니다.

그가 하는 일은 보통 이렇습니다.


기획자:  이번에 새로 추가되는 기능인데요. 메시지를 보내고 상대방이 읽으면 5초 후에 사라지는 기능이에요. 설정에 뭐라고 쓰면 될까요?프라이빗 메시지?
정아씨: '메시지 확인 후 5초 후 사라짐'이라고 풀어쓰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정아씨의 회사에서 UX라이터는 기획자나 개발자가 본인의 언어로 마구 풀어쓴 문장을 정확하고 쉽게, 그리고 풍부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C회사: 디자이너 + UW = ?

윤정씨는 정글이라는 회사의 UW입니다. 1년 전, 회사가 음성비서 제품의 출시 계획을 알리고 나서 그의 업무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모든 인터페이스가 음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성해야할 문장의 양이 몇 배나 많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는 일도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1주일에 1번 이상 보기 어려웠던 디자이너와 거의 매일 대화합니다. 스토리보드의 문장을 고쳐주기만 하던 때와 달리, 음성 비서의 모든 동작을 상세히 알아야 정확한 윤문의 정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 이번 스프린트는 일정 등록 관련된 시나리오를 정의합니다. 좀 전에 Slack으로 스프레드시트를 전달드렸는데요. 각 Usage에 따른 윤문 정의 부탁드려요!
윤정씨: 네. 각 케이스별로 출력될 윤문을 3가지씩 추가해 업로드 하겠습니다.

전 보다 윤정씨의 일은 훨씬 많아졌지만 좀 더 서비스에 기여할 수 있게 되어 만족합니다. 특히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말하던 애자일 프로세스에 직접 참여해 UX라이터로 일하면서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업무 프로세스를 가진 회사에서의 UX라이터의 역할을 알아보았는데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B의 유형에 속합니다. 그래서 UI문구는 주로 UX디자이너가 작성하고 테크니컬 라이터 분들이 교정과 윤문을 담당합니다. 이제 제가 왜 UX라이팅을 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셨을 것 같습니다.


한편, 음성 비서와 챗봇 제품들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글'을 다루는 디자인 영역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C회사에서의 윤정씨처럼요.


이 글을 읽는 분이 UX라이터라면, 그리고 음성 비서나 챗봇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스프린트에 당장 뛰어들어 보세요. 그리고 개발자와 기획자의 언어를 보다 사용자 친화적이고 풍성하게 탈바꿈 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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