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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오 Jul 10. 2023

왜 네이버 지도에만 출발/도착 버튼이 있을까?

UX 설계 뒷 이야기

브런치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습니다.

https://brunch.co.kr/@dldydwo815/40#comment


네이버 지도 검색결과에는 출발/도착 버튼이 있고, 카카오맵에는 길찾기 버튼만 있는 것이 특징이라는 글이었는데요. 글쓴이의 말처럼 구글맵, 카카오맵에는 없는 출발/도착 버튼이 있습니다. 

왼쪽부터 카카오 맵, 네이버 지도, 구글 맵

이야기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에는 아이폰 3GS가 출시되어 세상을 바꾸고 있었고, 우리나라는 아직 아이팟 터치만 출시된 상태였습니다. 아이폰이 준 충격으로 인해, 네이버 내부에서도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기대감으로 술렁이고 있었죠.


그래서 네이버 지도와 네이버 웹툰 개발을 준비합니다.


저는 당시 네이버 UX랩의 신입사원이었고, 선배들이 네이버 웹 개편 때문에 바쁜 상황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바일 앱 UX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폰이 아직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팀은 아이팟 터치를 타겟 단말로 설정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아이팟 터치는 GPS도 USIM카드도 없었기 때문에, 네이버 지도의 주 사용 시나리오는 어딘가 이동하기 전에 장소를 찾고 경로를 파악하는 것일 거라고 가정했죠.


요즈음의 네비게이션 용도가 아닌, 나중에 이동할 곳을 찾아보는 것이 주 사용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출발지'와 '도착지' 검색이 동반하게 된 겁니다.


아이팟 터치용 네이버 지도(2009) - CaN Tips


이후 GPS를 탑재한 아이폰이 드디어 출시되었을 때에 이 UX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GPS와 모바일 네트워크가 있는데 출발지를 자동으로 지정하는 게 더 편하잖아?"

"데이터 비용 비싸다구... Wi-Fi연결되는 곳에서 찾을꺼야."


논의는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출발지 검색 버튼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죠.


이유는 두가지 였습니다.

첫째, 당분간은 데이터 비용에 대한 우려로 Wi-Fi가 되는 실내에서 길찾기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둘째, 나중에 이동할 곳을 미리 검색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저는 그 후 1년 정도 네이버 지도 UX를 더 담당하다가 이직을 했습니다.


아직도 네이버 지도에는 출발/ 도착 버튼이 나란히 있는데, 그 의사결정 스토리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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