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수능이 다가오고 있고 매년 수능날 어김없이 추웠는데유독 가을이 길었던 올해도 기가 막히게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연재하는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아들이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려고 한다. 그렇다. 나는 고3아들을 둔 엄마다.
10월에 수시 1차 실기 시험을 보러 다녔다. 여러 군데 지원했었지만 결과는 다 좋지 않았다. 각오했던 일이니까 다시 도전을 해야지.
어제부터 수시 2차 접수가 시작되었다. 1차 때는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치 쌓아보라고 원서비 50만원을 들여가며 여러 군데 시험을 봤는데 이번에는 두 세군데만 쓰려고 한다.
아들은 고3이라 이런 상황이고 중3인 딸은 바뀐 생활에 대한 적응 문제로 신경을 바짝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연구년이 끝나가서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고 소중하고 속상한데 보고서를 못쓰고 있어서 심란함까지 더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나도 모르게 수시로 한숨을 엄청 쉬나 보다. 남편도 왜 자꾸 한숨을 쉬냐고 하고, 어제 맛사지 받으러 갔을때 실장님도 왜이리 한숨을 쉬냐 하셨다.
전우에게 자식들 걱정, 내 걱정을 털어놓으면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독하게 마음먹으라 한다. 요즘 그도 여러모로 힘들어보인다. 어제는 집에 와서 보니 잠이 안와서 그랬는지 소주병이 방에있었다. (여보 ㅠ ㅠ 주정뱅이 될꺼야?)
맛사지 받으며 실장님께도 속상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그랬더니 실장님 첫째도 피아노를 전공하느라 마음 고생을 많이, 아주 오래 하셨던 썰을 풀어주시며 예전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힘내라 하셨다. 며칠 전에는 수능 준비 잘 하게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아들한테 용돈도 주셨는데 인생 선배로 늘 든든하게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벌써부터 이렇게 마음 관리를 못하면 앞으로 버티기 힘들텐데 마음 단단히 먹자.
아들이 고3인걸 아는 지인들이 수능을 응원하며 초컬릿과 사탕, 호두강정 세트 등을 보내줬다. 그리고 오늘 커피를 마시려고 만난 직장 동료는 휘낭시에 세트를 선물해줬다. 챙겨주는 이 다정한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받아 울컥했지만, 공부를 아예 안하는 아이라 일일이 이걸 설명하기도 그렇고 해서 속으로만 생각했다.
받고도 머쓱한 이 기분을 어찌해야할지 가슴이 답답하지만 아들 키우느라 고생 많이 해온 엄마가 그냥 받아서 잘 먹어버려야겠다. 그렇다. 내가 먹으면 된다. 내 인맥들이 나한테 보내온 거니까 내꺼 맞잖아. *^^*
걱정 땡겨서 하는 나란 사람은 또 사서 걱정을 하고 있다.
과연 아들은 수능보는 그 긴 하루를 견뎌내기나 할까?
수험표랑 수험 장소는 언제 알아? 왜 아직도 모른다고 하지? 다음주에 알게 된다는 쟤 말을 믿어도 되는거야?
시험지는 읽지도 그냥 찍고 자는거 아닐까
찍은 답들 중에 정답이 제법 있기를 바래야하나.
이런 나 자신이 짠해져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나 고3 엄마다. 그런데 공부 안하는 고3이 엄마라서 엄마하기 참 힘들다. 나와 너무나 다른 인격체를 키우면서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 아마 내 속엔 사리가 오조오억개쯤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낳아달라 한적 없는데 세상에 내놓았으니 책임져야지. 자식을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인생을 배우고 깨닫고 진정한 어른 아니 아주 제대로 으른이 되어간다.
요즘 불타오르는 전우애를 다지며 수능날 도시락에 대해 둘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나 - "여보, 대충 찍고 그냥 엎어져서 잘거 같은데 그래도 도시락은 싸줘야겠지?"
그 - "그렇지. 굶길 순 없잖아."
나 - "그럼, 도시락은 내가 주문할게. 근데 수능 당일날 나는 지방에 있어야 하니까 자기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싸줘야겠다."
그 - "그래야지. 메뉴도 이미 생각해둔것들이있어."
나 - "ㅎㅎㅎㅎ 진짜?"
덧) 여보, 그래도 참고하면 좋을 거 같아서 사이트 하나 보내니까 잘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