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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정 May 29. 2022

구의역 2번 출구 나와 50미터 직진

워킹맘의 첫 사무실

'구의역 2번 출구 나와 50미터 직진'

구직자를 면접보고 구인자를 매칭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사무실의 위치가 누군가에게 항상 공개되어야 한다. 지금도 지점을 모집할 때 중요한 사항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이 공간을 처음 만난 이야기를 안 했던 것 같다.


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알맞은 위치를 찾아서 헤매며 다녔다.


워킹맘의 첫 창업 사무실을 구했던 조건은 이랬다.
1. 집에서 도보 가능해야 한다.

2. 지하철에서 구직자가 찾기 좋은 위치여야 한다.

3. 구직자가 들어오기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어야 한다.

4. 6개월은 버틸만한 금액의 월세여야 한다.


구의역은 문정으로 법조단지가 이전된 이후 법무사 사무실이던 공간들이 이사가 나가면서 공실이 많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월세가 딱 맞는 조건도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자리는 이미 그 건물에 인력사무실이 있었다. 사무실의 컨디션이 맘에 드는 자리는 대출받아 시작하는 내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았다. 재택근무하면서 일하기는 했지만, 수입에 씀씀이가 맞춰있었고, 돈을 벌지 않으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에게 창업은 아이를 키우며 돈을 벌기 위한 생계였다.


지점 대표님들과 가맹 후 임장을 다니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처음 오픈했던 나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다들 넉넉하게 돈이 많아서 창업을 투자로 하는 사람은 없다.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노후를 준비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혹은 대표인 나의 추천으로, 지점 대표님의 추천으로 그렇게 지점들이 늘어가고 있다.


사무실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렵고, 어렵다.

돈이 많아서, 가장 위치 좋고, 시설 좋은 곳에 계약하면 좋겠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마음을 알기에 임장을 가장 신중하게 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일을 시작하는 그 마음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가 겪어왔던 고충들을 조금은 덜 겪어서 성공하게 끔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 사무실에서 든든한파출부가 시작이 되었고, 든든피플이 시작이 되었고, 가사서비스 인증기관을 시작하려고 한다.


항상 시작은 떨린다. 막상 닥치면 다 해결하고 잘 해낼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작은 떨린다. 누구보다 견디는 건 자신 있기에 또 한 번의 피보팅을 시작하려고 한다. 지금 시점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았다.


우리는 IT 중심의 인력매칭 플랫폼기업이다.

전통사업이었던 파출부 시장에 젊은 감성을 더해 플랫폼화 했고, 모든 세대가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유선상담과 앱 매칭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로컬과 온라인을 동시에 넘나들 수 있는 웹/앱 서비스와 지점 매칭이 가능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플랫폼의 형태도 변할 수 있겠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의 서비스도 도울 수 있는 기업은 우리라서 가능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Photo by Carlos Muza on Unsplash


그렇게 오늘도 묵묵히 그자리에서 지키고 있다.

구의역 2번출구나와 50미터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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