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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리 Oct 30. 2023

건강검진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제 내 나이도 벌써 36살. 확실히 작년과 올해의 신체 차이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이번연도는 이상하게 많이 아팠는데, 종일 골골거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작년 하던 가게를 폐업하고 새로운 직장을 다닌 지 9개월째인 시점에서 정말 건강이 문제인지 내 마음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가 검진받을 겸 위대장 내시경과 유방 검사, 복부 초음파까지 추가로 신청했다. 검진해서 무언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는 정신 쪽을 의심해 보기로 했다. 내 증상은 잘 때 가슴 쪽이 짓눌리는 느낌이 심했는데 그게 위 문제인지 마음 문제인지 항상 헷갈렸다. 헷갈리는 건 원래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다. 그게 나의 결론이었다.


건강검진 하기 3일 전, 대장내시경 검사로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덕분에 살이 빠졌지만 아무 곳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갇혀 지냈다. 바로 전 날은 카스텔라와 우유(다행히 이 둘은 먹을 수 있다)만으로 연명했다. 엄마가 끓여 준 흰 죽도 먹었다. 혼자 가려고 준비하던 중 안내문에 낙상 사고가 있을 수도 있어 보호자와 동행해야 한다는 걸 발견했다. 괜히 걱정시키기 싫어서 일부러 엄마한테 나 혼자 간다고 계속 우겼었는데 어쩔 수 없이 동행하기로 했다, (안 좋은 말이 나오면 나보다 더 난리가 날 걸 알기에) 아침부터 힘없는 몸뚱이를 일으켜 억지로 가기는 싫어 일부러 오후로 잡았다. (럭키였던 건 오후 진료는 10프로 할인을 해준다는 것. 물론 그전까지는 몰랐다)


당일에는 병원에서 준 물 약을 마셔야 했다. 장을 청소해주는 약이었는데 힘들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많이 마셔야 되는 줄은 몰랐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주기적으로 거의 3리터의 느끼한 포카리스웨트 맛의 물약을 마셨다. 정말 토할 것 같은 맛이었는데 양도 양인만큼 정말 3번 정도 토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순간이 제일 힘들었다. 건강검진 통틀어서)


건강검진은 모두 포함해서 거의 3시간이 걸렸다. 나는 층마다 배치되어 있는 선생님들의 안내를 따라 멍한 상태로 따라다니며 내 몸을 맡겼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종종거리며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모습이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 성가시기도 했다. 엄마는 자기가 마치 우리를 따라다니는 반려견 노루 같다고 하며 그래도 마음 졸이는 것보다는 따라다니는 게 낫다며 끝까지 따라다녔다. 나중에는 나도 포기하고 그냥 같이 다녔던 것 같다. 엄마가 날 따라다니던 모습이 그날 가장 기억에 깊게 남았다. 난 그때, 엄마를 위해서라도 건강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던가?


위 대장 내시경을 마지막으로 그날의 건강검진은 끝이 났다. 눈을 떴다 감았을 뿐인데 끝난다는 게 조금 무서웠다. 내 주둥이가 무슨 말을 지껄였을까 혼자 걱정하며 상태를 알려주는 의사 선생님의 표정을 살핀다. 하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구불구불한 나의 장과 위 사진이 그 당시를 프레임으로 보여줄 뿐이다. 다행히 내시경도 별 탈 없이 끝이 났고(일단은), 현재는 다른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나의 올해 건강검진을 이렇게 끝났지만 나의 건강 탐색은 이제부터 시작일테다.


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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