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점심 뭐 드실래요

김치찌개랑 부대찌개 빼고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by mh

4년 전, 첫 직장으로 첫 출근을 했던 날 먹었던 점심이 기억난다. 메뉴가 김치찌개였다. 왜 아직까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는가 하면, 국물과 매운 것을 안 좋아하는 내가 내 돈 주고 절대 고르지 않는 식사 메뉴가 바로 김치찌개와 부대찌개기 때문이다.


그날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당시의 팀장님은 점심시간이 되자 정확히 집어서 '점심으로 김치찌개 어떠세요?'라고 물으셨고 (보통은 '뭐 드시고 싶어요?'라고 물어보시지 않나요?) 나는 마치 패를 들킨 사람처럼 흠칫 놀랐지만 '괘,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출근 1일차 뉴비에게 메뉴 거부권 같은 건 있을 수가 없어..


그렇게 내 첫 출근의 첫 점심은 김치찌개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는, 정말로 김치찌개만 파는 김치찌개 전문점에서 먹게 되었다. 김치찌개를 양껏 푹푹 퍼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당시의 팀장님은 한동안 나를 소식가로 잘못 알고 계셨지만 그것은 제가 의도했던 설정은 아니었읍니다..


그 날을 기점으로, 중간에 사람이야 많이 바뀌었지만 어쨌든 에브리온TV의 사람들과 대략 1,000번 정도의 점심을 함께 먹어왔다. 짧다면 또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일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같이 점심을 먹는 팀원 중 누군가가 '오늘 점심에 김치찌개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아, 저는 별론데'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길이는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올리듯 천 번의 점심 마일리지를 적립해가며 함께 하는 동료들이 편해지고 하는 일에 익숙해져가던 즈음, 나는 오늘 나의 두 번째 직장으로 두 번째 출근을 하여 두 번째 점심을 먹었다. 다행히 이번엔 김치볶음밥이었다.


여기서 만나게 된 분들과는 앞으로 몇 번의 점심을 먹게 될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기대가 된다. 점심메뉴로 김치찌개를 원하신다면 최대한 잘 먹어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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