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냄새, 향기도 아닌 비행기 냄새
승무원들은
"비행기 냄새가 난다"
라는 말을 자주 한다. 비행기 냄새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승객으로 여행 갈 때에 비행기에서 나는 냄새와는 다르다. 승무원들이 비행기에 탑승할 시점은 출발 약 1시간 전쯤인데 반 이상은 아직 기내 청소 중 일 때 탑승할 때가 많다. 막 어딘가를 다녀온 비행기를 한창 청소할 시점에 비행기를 타면 나는 그 특유의 비행기 냄새가 있다. 원래 나는 비행기 냄새에 쌓여 있던 음식물 쓰레기들을 비우면서 나는 냄새, 새로 승기 되는 음식에서 나는 냄새 등 모든 게 뒤엉킨 냄새다. 이 냄새가 항공기 연결 통로에서부터 나는데, 비행이 끝날 때 쯔음엔 내 몸 전체에 이 냄새가 밴다. 그래서 비행이 끝나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샤워다.
근데 조종사인 남편한테는 비행이 끝나고 집에 와도 그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아마도 식사 시간 말고는 음식물을 접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본인은 집에 돌아오면 비행기 냄새가 몸에 배었다며 얼른 샤워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맡았을 때는 그것은 비행기 냄새의 1%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 냄새는 비행 가방에서도 난다. 캐리어에 배어 있는 퀴퀴한 냄새 때문에 결혼 전 원룸에서 자취할 때는 냄새가 조금이라도 덜 나게 현관 쪽에 놔두곤 했다. 그리고 항상 캐리어 안에는 다우니 건조기 시트(섬유유연제 시트)를 넣어 다녔는데 그것이 그나마 내 옷에 배어있는 비행기 냄새를 줄여주곤 했다.
근데 신기한 것은, 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탈 때에는 공항에서부터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깨끗이 정돈되어 있는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자체가 비행기 냄새를 줄여주는 것이겠지만, 아마 일이 아니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는 것이니 기분 탓일 확률이 높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을 가 본 것이 언제였는지.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즐기고, 여행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