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호칭
승무원들 사이에 쓰이는 기장님들을 부르는 귀여운 호칭이 있다. 바로 "큰 기장님"과 "작은 기장님"이다.
주니어 승무원 시절, 같이 일하는 선배 승무원 언니가 나에게 식사 트레이를 주며 "이 식사 큰 기장님 갖다 드려"라고 했을 때 "누구요?" 하고 되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선배 언니가 웃으며 큰 기장님은 기장을 뜻하는 말이고 작은 기장님은 부기장을 뜻하는 말이라고 설명을 해 준 적이 있다. 그 호칭이 너무 귀여워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남편에게 전화 해 "작은 기장님!" 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오피셜한 항공 용어가 아닌 이렇게 승무원을 사이에서만 쓰는 항공 '은어'가 있다. 큰/작은 기장님과 비슷하게 자주 쓰이는 호칭 중 하나는 '큰사님'과 '짝사님'이다. 큰사님은 큰 사무장님 즉 팀장님을 뜻하고 짝사님은 짝은(작은) 사무장님 즉 부팀장님을 뜻한다. 당연히 부를 때는 팀장님, 부팀장님 하고 직급으로 부르지만 지칭할 때는 은어 호칭을 자주 애용한다. 같은 맥락으로 이찌방이라는 은어 호칭이 있는데 바로 막내를 뜻하는 말이다. 이찌방은 일본어로 최고라는 뜻인데 어떻게 막내라는 호칭을 대체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밑에서 첫 번째 순서라는 걸 의미하는 듯하다) 니방, 삼방 이런 식으로 주니어 승무원들을 지칭한다. 내가 이찌방일 때 나와 사번 차이가 얼마 안나는 니방 언니에게 얼마나 의지를 했는지. 시간이 훌쩍 지나 사무장이 되고 애기 엄마가 된 니방 언니들과는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잘 지낸다.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리면 승무원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랜베 마시고 가자!". 여기서 '랜베'란 랜딩 베버리지의 줄임말로 랜딩 음료라는 뜻이다. 간단하게 퇴근하기 전 커피나 한 잔 하자는 말인데 언제부터 이 은어를 썼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일을 그만둔 지금도 여행을 갔다 한국에 돌아오면 항상 혼자라도 나는 꼭 '랜베'를 마신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 해외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지는 그 날이 오면 나의 '작은 기장님'과 랜베나 한 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