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앞으로 고로복이다!
유부우동을 먹었다. 고명이 점점 줄어드는데 대체 뭔 일인가 싶다. (맛은 그대로다.)
요 며칠 우울하다. 예전에는 우울함이 휙휙 금방 휘발됐는데, 요새는 아니다. 끈적한 우울함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이것도 나이가 들어서인가. 나이 듦이 주는 무게가 너무 버겁다.
오늘 새벽 전철 안에서 눈 감고 기도를 했다. 가진 것이 하나 없다 생각하다 문득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주의 크신 은혜 네가 알리라’라는 찬송이 떠올랐다. 그래. 받은 복을 세는 거다.
맛있다, 맛있다를 외치며 우동을 먹다 오늘 생각을 말했다. 같이 밥을 먹던 과장님은 ‘실존으로 산출되는 결과물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라는 조언을 줬다. 내면의 그릇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도 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그러함을 믿으랬다.
그러면서 내게 ‘너 자체가 복일 수 있다.’는 말도 남겼다. 세상의 복을 좇기보다 너 자신이 복이라 생각하고 주변을 밝히며 살라는 그 말. 아브라함에 대한 이야기가 위로가 됐다.
오늘 유부는 콩맛이 강했다. 그도 그럴게 유부가 얼기설기 엉겨 붙어 있었다. 큼직한 유부 덩어리를 먹을 때쯤 “넌 앞으로 고로복(본명에 복자를 붙인 형태)이다!”라고 해준 말이 생각나, 퇴근 전 사내 메신저에 메시지를 하나 남겼다. “고로복 갑니다. 낼 뵐게요. 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