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서점 방문기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일종의 '문화의 날'로 2시간 정도 일찍 끝난다. 평소에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이 날을 맞아 뭔가를 좀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름도 붙여볼까 싶어.. 김서방, 박서방 아닌 수서방으로(죄송) 지어봤다.
사실 나는 오프라인 서점을 잘 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일단 오고 가는 동선 중에 서점이 없는 게 제일 큰 이유고, 책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빌려보는 게 전부이기 때문. 책 추천의 경우, 대부분 웹페이지나 인스타를 통해 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오프라인 서점을?'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하지만 오프라인 장소가 주는 설렘이 있지 않은가. 진열대에 빼곡하게 차있는 화려한 표지의 책들과, 특유의 잉크냄새와 약간 축축한 종이냄새를 맡으며 책장을 걷는 재미를.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을 뽑아 잠깐 읽는 그 느낌이 있지 않은가. 마치 내가 이 책을 읽으면 변화 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수요일 2시간 일찍 퇴근하면 서점에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한 달에 한 번 서점에 방문하는 김에 최근 트렌드도 익혀보자 싶었다. 10월은 익힐 필요가 없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한강 보유국'으로 모든 책장엔 한강 작가의 책이 빼곡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사람들이 문학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저는 출판 관계자가 아닙니다.) 이런 걸 보면 사람들의 마음속에 활자에 대한 열정이, 문학에 대한 욕구가 남아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베스트셀러 근방에서 헤르만 헤세 책을 팔고 있었다. 그의 베스트셀러를 묶은 책으로 보였는데 사고 싶었으나 벽돌급의 두께가.. 나의 어깨에 부담을 줄 듯하여 내려놨다. 우리나라는 왜 외서처럼 paperback을 만들지 않는 걸까? 도서관에서 청소년 도서 중 일부는 paperback으로 된 걸 봤는데 왜 전체 적용이 안 되는 건지 문득 궁금했다.
흥미 있는 만화 섹션에 가보니 '최애의 아이' 만화책이 도배되어 있다. '최애의 아이'는 넷플릭스로 처음 접한 만화인데, 어린아이의 몸으로 어른인 척하는 게(척도 아니지. 어른이지.) 묘하게 오글거려서 잘 못 보고 있다. 같은 이유로 코난도 못 보겠다. 어쨌든 최애의 그림체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별을 갖다 박은 눈동자도 징그럽다.
경제 문맹인인 나는.. 어렵사리 경제/재테크 코너에 발길을 옮겼다. 쭉 책을 보다가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발견.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온라인으로 사면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지만, [수서방]은 이렇게 서점을 돌아보며 책을 구매하는 행위까지 포함되기에... 두 권 구매. 3.8만 원 지출 결정이다.
10월의 수서방은 동네 영풍문고에서 진행했다. 이 참에 독립서점이든, 대형서점이든, 다양한 서점을 다니면서 특색 있는 책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