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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Oct 23. 2024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최근에 퇴사한 회사 동료를 만났다. 잘 지내는 듯 보였다. 여러 대화를 하다 자연스레 가정 이야기로 넘어갔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러워지는 대화 주제가 있다. 하나는 건강,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정.


평소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개인사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민감한 주제는 상대방이 먼저 말하기 전에 언급하지 않는다. 가령, 결혼한 지 오래된 친구에게 '왜 애를 안 낳냐?'라는 질문이나, 싱글인 친구에게 'oo도 결혼해야지. 좋은 사람 만나야 할 텐데. 소개해 주고 싶은데 사람이 없네?' 이런 말들.


친하니까 걱정돼서 한다는 그 말들이 성가실 때도 있다. 최근 중학교 때부터 만난 친구들과 밥을 먹다 비슷한 경험을 해서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친구들은 별 뜻 없이 말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모임 이후 집에 와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본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일정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왜 다들 못하는 걸까.


퇴사한 동료와도 자연스레 가정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중, 아이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pt를 받는다던 동료는 무거운 중량으로 운동할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 아이 얼굴을 떠올린다 했다. 그러면 그 순간에 힘이 솟아 번쩍 아령을 들어 올린다는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웃기기도 하고 신기했다.


그런 상황이 신기했다기보다는(상황 자체는 이해도 가고 공감도 된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무수한 감정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다. 30대 중반인, 어떻게 보면 이제 나이가 들 만큼 들었는데 아직 발조차 담가보지 못한 생경한 현장들이 있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 이 모든 과정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감정들이 있겠지. 이 감정들은 나를 성장시킬 수도, 아니면 더 무력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궁금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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