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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쓰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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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로케 Oct 10. 2024

기억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요즘이다.

나는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다. 거짓말 안 하고 몇 주 전 일주일 먹었던 음식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까. 그런데 이거 다 옛날이야기다. 


몇 년 전이었다. 생각보다 이상한 데서 소심한 나는, 까먹는 게 일상이었던 친구 때문에 알게 모르게 속상했던 적이 많았다.(이런 게 반복되면 나만 기억하는가, 나만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나 싶어 은근 섭섭하다.) 예를 들면, 분명 지난주에 a라는 주제로 즐겁게 대화했는데 기억도 못 한다거나. 글에도 한 번 쓴 것 같은데, 그 당시 끝내주는 기억력이 나를 좀먹고 있다 생각이 들어 작정하고 '까먹기 훈련'을 했었다.


어제였다.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집에 왔는데 문득, '몇 개월 동안 체중 감량은 전혀 없는데 도대체 나는 운동을 왜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하는 목적 중, 80%는 체중 감량+20%는 체력증진이긴 한데, 그 순간 문득 '그래도 매일 꾸준히 하다 보면 뭐라도 달라져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까먹기 훈련도 그랬다. 작정하고 '기억하지 말아야지.'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다 보니 정말 기억력이 쇠퇴했다.


어느 정도냐면, pt 선생님이 '어제 많이 걸으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어제요? 어제가 무슨 요일이죠.'라고 묻는 지경까지 왔다. 이건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위한 성의의 문제가 아니다. 나름 하루를 충실히 살고 있는데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정도까지 되니 나이의 문제인가?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직전이다. 아니면 편 두통약을 장기 복용해서 기억력 감퇴가 왔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7월까지 꾸준히 쓰다가 8~9월을 놓쳤다. 일기라는 것이 그렇다. 하루, 이틀 밀리기 시작하면 '아, 뭐 내일 몰아서 쓰지 뭐.'하는데, 막상 펜을 잡기까지 귀찮음이라는 언덕이 있고, 그 귀찮음의 언덕을 겨우 넘어선다 해도 지난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잊어서 도통 기억이 안 나는 거다. 


단순한 삶 속에도 매일 다른 감정이 있다. 흐르는 감정들을 요새는 일기에 기록한다. 대단하진 않아도, 이래서 저랬고. 날이 추워지니 일어나기가 더욱 힘들다 등. 어쨌든 과거와 달리, 기억하는 삶을 살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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