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골수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카페 글도 보이고 지식인 글도 보인다. 적어도 세상 사람들에게 외골수는 부정적인 단어인가 보다. 하지만 내겐 외골수라는 단어는 그닥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다. 특히 취향에 있어서 만큼은 '외골수'라고 표현하는 게 참 좋다. 외골수적인 음악 취향, 취미, 운동, 음식 등.. 정말 하나만 고집하는 single minded의 모습이 오히려 한결같아 보여서 멋지기까지 하다.
"그럼 본인은 취향에 있어서는 외골수예요?"
아니다. 나는 선비처럼 대나무처럼 꼿꼿하고 곧지 못하다. 변덕도 심하고 대부분 내 맘대로 행동한다. 그럼에도 내가 외골수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취미다. 엽서를 쓰고 우표와 함께 모은지는 꽤 됐다. 우표는 초등학생 때부터 모았다. 누구든 그렇다. 형제가 있으면 (특히 나이가 많은 윗형제) 자연스럽게 그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된다. (빌려오면 같이 봐야 하기에) 영화나 만화책을 선택하는 취향도 비슷해진다. 나보다 세 살 많은 오빠는 우표를 모았다. 그게 부러워서 나도 같이 사서 모았다. 그는 6개월도 채 가지 않아 우표를 나에게 분양했다. 그 분양받은 우표를 토대로 나만의 우표 컬렉션을 만들었고 우표는 자연스럽게 늘어갔다. 다시 우표 수집을 시작한 건 26살 때였다. 마침 인턴이 끝나고 취준생 시절이라 시간이 많았다.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엽서 쓰기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우표도 같이 모으게 됐다. 2017년엔 만사가 귀찮아서 엽서 쓰기를 중단 한 적도 있는데, 정확히 1년 뒤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없다. 다시 펜을 잡고 풀로 우표를 붙이니 기분이 좋았고 이 취미를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우표를 모으고 얼굴도 모르는 외국 사람에게 아주 형식적인 엽서를 쓴다.
식사에서도 가끔 외골수적인 부분이 있다. 한 가지 음식에 빠지면 같은 음식을 거의 매일 먹는다. 매일 메뉴가 같다. 어떤 때는 비빔밥만 한 달 먹은 적도 있다. 아침, 점심으로 김밥을 한 달 먹은 적도 있다. 저녁으로 라볶이를 한 달 먹은 적도 있다. 다행인 건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생각할 때쯤, 집착하던 메뉴와 이별한다.
누구나 외골수적 성향이 있다.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세상은 멀티태스킹을 요구하고 고무줄 같은 융통성을 요구한다. 나도 인정한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 살기 위해선 고무줄처럼 탄력이 있어야 하고, 여기저기서 쏟아내는 주문을 받아내려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 문어발 식 업무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나 혼자 오롯이 즐기는 취미나 취향에 있어서는 적어도 외골수적인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 온전하게 지켜나가는 나만의 영역도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