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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복 Mar 09. 2023

오랜 벗

<놓아버림>, 데이비드 호킨스

삶을 겁내는 것은 감정을 겁내는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다

 

 

<놓아버림>, 데이비드 호킨스 






















책을 ‘선택’할 때부터 독서는 시작된다. 지금도 인쇄소에서는 수십만 장의 종이에 글자를 박아 넣고 있고, 도심의 대형 서점만 가 보아도 사람 키보다 높은 책장엔 아찔하게 책이 꽂혀 있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은 누군가에게 ‘선택’ 되어 읽히지만, 대다수의 많은 글은 일부 독자를 제외하고는 세상의 빛을 받지 못한 채 사장된다. 


정기적으로 책장을 정리하곤 한다. 내가 ‘선택’한 책들은 어느 시기마다 맥락과 결이 비슷하기 마련인데, 삶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 주로 책장을 유심히 들여 보게 된다. 꽂힌 책의 종류나 제목을 가만히 읽고 있자면 나의 ‘선택’이 알려주는 ‘지금의 나’를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다. 


서재에 쌓인 책들 중 유난히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카테고리의 역사는 나의 10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고등학교 도서관 구석에서 파묻혀 읽었던 첫 책은 심리학과 철학 서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삶을 통틀어 궁금해 미치겠는 분야는 그쪽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그 당시 나의 화두는 ‘생존’이었고, 그것과 연결되어 내게 가까운 창은 법학이었다. 대학 진학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나는 훈련장에 총대를 둘러메고 나가는 장병 같았지만, 그 와중에 그 시간을 버티게 한 것은 또 ‘마음’이었다. 집요하리 만치 파고들었던 그 분야가 결국엔 내게 제2의 인생을 열어 주고 있다. 


대체 무엇을 알고 싶어서 근 20년 가까이 헤매고 다니고 있었던 것일까? 책의 문장을 접하면서 둔탁하게 알아차린 단어는 ‘두려움’이었다. 그랬다. 15살부터 시작된 그 감정이 내내 내 삶을 이끌고 있었다. 두려웠기 때문에 치열했고, 그러므로 바짝 앞장서 가는 이들을 쫓느라 바빴다. 쫓아가는 길 위에 ‘나’는 없었으므로 매번 ‘마음’은 내 뜻과 달리 움직였다. 


쫓던 그 길에서 빗겨 나오니, 흐드러진 들꽃과 넘실대는 푸른 풀밭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코 끝을 간지럽혔다. 여전히 나의 오랜 벗, ‘두려움’은 곁에 있다. 어느 길 위에서나 떠나지 않고 곁에서 함께 걷는다. 자라면서 눌러온 감정들이 한꺼번에 숨을 토해내며 세상에 고개를 디밀 때마다 여전히 나는 두렵고 또 두렵다. 


그래도 호킨스 박사 덕분에 그 두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았다. 모르고 느껴지는 두려움은 때로 공포가 되기도 하지만, 뚜렷하게 인지한 그것은 더 이상 장애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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