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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대디 Nov 26. 2018

그냥, 아무 말 말고, 이해해줘

전적인 이해가 필요할 때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속에 “육아는 꽤나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을 거예요. 이제 “좀 더 이해해 주어야겠다.”라고 다짐했을지도. 그래서 그 마음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역지사지’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해보라는 뜻의 사자성어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함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상대방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차이’입니다. 개인이 추구하는 생각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이 특성은, 타인과 나를 구분 짓기도 하지만 때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따라서 ‘다름을 생각해 보는 것’ 즉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을 알고 모르고는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또한, 부부 관계에서도 서로 간의 차이를 알 때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우리는 여성과 남성의 차이 즉 ‘생화학 요인’에 관해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앞으로 설명할 주부 우울증과 관계되기도 하죠. 그럼 이제부터 부부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신학에서 생화학 요인이란, 뇌 속에서 이루어지는 화학 작용이 사람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그리고 이 생화학 요인의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죠. 신경전달물질이란 뉴런(우리의 몸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조직의 한 단위) 사이의 정보전달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복잡한 의사소통을 위한 보조적 도구예요.


그리고 그중 행복과 밀접하게 연관된 ‘세로토닌’의 작동원리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부부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먼저 ‘해피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세로토닌이 어떻게 인간이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 알아야 해요. 그럼 쉬운 이해를 위해 다음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감동적인 책’을 읽고 가슴이 뭉클해진 경험이 있을 거예요. 저와 같은 경우 이런 좋은 책을 발견하면 구입해 소장하는 것을 즐겨합니다. 이렇게 틈만 나면 책을 사 모으다 보니 어느새 거실의 한 면은 책으로 장식되었고, 그 덕에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집안을 돌아다니면 저도 모르게 책에 눈이 가네요. 물론 세로로 꽂아두어 단지 책의 제목만 볼 수 있지만, 그 시각 정보만으로 예전의 기억을 살리기에 충분합니다. “아 이런 내용이었지. 참 좋은 글이었어.”라는 기억은 저로 하여금 다시 한번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하죠.


그런데 책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 과정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책 속의 ‘활자’라는 시각정보가, 각막과 홍채 그리고 수정체를 거쳐 망막으로 향한 뒤 시세포를 자극해 뇌로 전달되는 것을 말이에요.


물론 ‘책을 읽고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란 사실을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쁨이 전달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위의 과정은 우리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앓는 ‘감기’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가 되실 거예요.

갑자기 열이 나고 콧물도 흘러 약국에 갔습니다. 종합감기약을 구입하여 그 자리에서 복용하였고 수 시간 내에 증상을 완화시켰어요. 이때 약은 ‘복용’ 즉 약을 먹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소화 작용을 거친 약은 형태가 변하여 몸에 흡수되어, 감기 증상을 견뎌낼 수 있게 해 주었죠.


이쯤에서, 책이란 시각정보와 감기약, 이 둘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유심히 책을 읽으신 분들은 그 차이를 눈치챘을 텐데, 그렇습니다. ‘책’은 ‘감기약’과 달리 몸속에 흡수되어 형태가 변화된 것이 아니에요.

책을 읽는 행위가 기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을 변화하게 만들 때 ‘책’이 소모되거나 ‘모습이 변화’(너무 많이 읽어 낡아지는 것을 제외) 하지는 않았어요.


다시 말해 감기약은 대사과정을 통해 형태가 변하며 증상을 완화시켰지만, 책은 형상을 유지한 채 나의 기분을 조절했습니다. 또한 신경전달물질의 작동 원리는 ‘책이 나에게 감동을 주는 것’과 동일합니다. 몸속에 존재하면서 형태를 유지한 채 감정을 조절해요.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왜 이런 단순한 원리를 장황하게 설명하였을까?” 란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단순히 ‘세로토닌은 뇌에서 형태의 변화 없이 인간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줍니다.’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도 있었죠. 그러나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여기에 ‘다름’을 이해에 필요한 키워드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농도’ 예요.  


감동을 주는 좋은 책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기분은 좋아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농도’가 높을수록, 우리는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되죠. 반대로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을 때 사람은 우울한 감정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이 중요한 세로토닌의 농도 조절에 관해 여성과 남성에게는 큰 ‘차이’가 있어요. 이 다름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먼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할게요.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몸속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맥박이 빨라지고 몸이 긴장하게 되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하죠. 이와 동시에 체내의 세로토닌의 기능을 저하하거나 소진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긴장상태’를 유지할 순 없어요.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면 몸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세로토닌의 합성이죠. 여기서 첫 번째 차이가 발생합니다. 


남성의 경우 체내 세로토닌 합성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됩니다. 스트레스를 받기 전의 상태로 쉽게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하죠. 그러나 여성의 경우 ‘세로토닌’의 합성이 느리기에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전 즉, 행복한 상태(세로토닌 농도가 높은 상태)로 돌아가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남성보다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길어요. 그런데 이것 말고도 여성과 남성은 세로토닌에 관한 민감도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가집니다.


앞에서 신경전달 물질은 그 존재 즉 ‘농도’를 통해 감정에 영향을 준다고 했어요. 즉 현재 몸속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에 따라 기쁨을 느끼기도 하며, 우울한 감정에 젖어듭니다. 그런데 여성은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농도의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아질 때 남성보다 더 먼저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돼요. 

게다가 더 문제 되는 것은 이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변화’를 일으키는 상황이 여성에게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이는 여성만 겪는 특징이며, 농도 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월경’, ‘임신’, ‘출산’이 있어요.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여성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경험합니다. 이에 따라 세로토닌의 ‘농도 변화에 민감’하고 ‘낮은 합성 속도’를 가진 여성들은 반복되는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될 뿐만 아니라 회복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지금까지, 여성과 남성의 ‘다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했습니다. 여성의 경우 호르몬의 변화 및 신경전달물질 측면에서 남성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함을 알 수 있었죠. ‘반복되는 우울한 감정’이 우울증의 척도라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주기적이고 피할 수 없는 여성의 고통은 배려받아야 할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이 ‘다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우울하거나 힘들었던 날들, 그리고 아내가 평소와 달라 보였던 어느 저녁의 대부분은 위의 차이 때문에 발생했을지도. 지금부터라도 이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를 바라본다면, 이전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열쇠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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