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일럿대디 Dec 06. 2018

육아를 바라볼 근대적 시선

우리의 육아는 정확히 분배되야 합니다.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아이만 보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식사 준비도 하고, 집안도 정리해야 해요. 빨래며 설거지는 늘 성가시게 하며, 더우나 추우나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는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쉽게 말해 밖에서 돈 벌어오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일이죠.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힘든 건 누가 뭐라 해도 육아입니다. 계속 그 힘듦을 이야기했을 정도니까요. 따라서 가장 먼저 육아의 분배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시간을 나누어 육아를 해야 합니다.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와 같이 식사를 하고 뒷정리를 마친 뒤, 우리의 육아는 분담되어야 하죠.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보통 자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우리나라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입니다. 우선 10시라고 가정하고 7시까지 식사를 마쳤다고 했을 때, 부부에게 남은 시간은 3시간이죠. 저는 이 시간을 명확하게 반으로 나누는 것을 제안합니다. 1시간 30분씩이요.

여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어야 합니다. 정확함이 요구될 뿐이죠. 그러나 한편 이렇게 생각할 수 도 있습니다.

아이는 아내가 잘 보니 남편은 집안일을 도와주면 안 되냐고 말이죠. 매우 능률적이고 효과적인 말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위의 주장대로 분배하면 잡음 없이 육아와 집안일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이 주장에 반대합니다. 되도록이면 남편도 육아를 해야 해요. 아이를 봐야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격언만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본 건 없을 거예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들어온 것 같은데, 한번 보는 게 100번 듣는 것보다 낫다는 뜻이죠. 그리고 이것만큼 육아에 잘 적용되는 것은 없습니다. 직접 해보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죠.

아이가 울면 어쩌나, 행여 급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더라도 남편이 아이를 맡기세요. 육아가 무엇인지 느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육아만큼 디테일이 요구되는 분야도 드물기 때문에, 직접 해보는 것이 필요하죠. 그러나 무슨 갑자기 육아에 얼토당토 않는 디테일 타령이냐 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으실 것 같아, 다음의 설명을 준비했습니다.


처음 아이분유를 준비할 때를 기억하시나요?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단순히 “우유병에 물을 넣고 분유를 넣은 뒤 뚜껑을 닫고 잘 섞어 주는 것인 아닌가”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막상 해보면 처음부터 막막합니다. 어떤 분유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부터 시작해야함이 맞지만, 이미 집에 분유가 준비되었다는 전제하에 설명해도 충분하니, 바로 시작해보죠.

먼저 소독기에서 젖병을 꺼내야 합니다. 어깨 넘어 대략 위치는 봐 두어 필요한 부품들을 식탁 위에 꺼내었으나, 꼭지와 뚜껑을 연결하는 것부터 쉽지 않네요. 조금만 힘을 세게 주어도 그대로 통과됩니다. 물 끓이는 건 또 어떤가요.

사실, 요즘 시중에 판매되는 전기포트는 온도 설정이 가능해 예전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온도를 맞춰주지는 않기 때문에 바로 분유 물로 쓰기는 애매하죠. 미리 식혀둔 물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또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물 온도는 맞췄지만, 분유는 몇 숟가락이 정량인지 헷갈리네요. 심지어 분유통에서 스틱으로 퍼낸 분유를, 그대로 넣어야 하는지 평평하게 깍은 뒤 넣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애써 분유를 만들었다고 해도, 자세가 불편한지, 온도가 맘에 안 드는지, 아파서 우는 건지, 처음부터 배고픈 게 아닌 건지 타 온 우유를 먹지 않는 경우가 먹는 경우보다 더 많은 건 아마 모를 거예요. 휴, 오늘은 다행히 분유를 잘 먹어 주지만, 걱정은 멈추지 않습니다.

분유를 다 먹인 뒤 트림은 어떻게 하게 하는지, 행여 애써 먹인 우유를 게워내기라도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평소 익숙하지 않은 동작 탓에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뻐근해 지죠. 아이를 안은 두 팔은 긴장한 탓에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합니다. 분유를 다 먹은 아이가 기분 좋은 얼굴로 잠들면, 이제 다음을 위해 준비할 시간입니다.

다음 분유 시간을 대비해 끓인 물인 준비하고, 젖병을 씻어야겠죠. 세척 솔로 분유병 구석구석을 닦아보지만, 꼭 분유병 한 구석엔 분유 덩어리가 굳은 채로 남아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넣어 닦는 요령을 터득한 건 나중 일이에요.

이제 설거지한 젖병을 소독기에 넣으면 되는데,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우유병은 세워 넣어야 하는지 아니면 뒤집어 둬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이런, 꼭지와 뚜껑을 분리하지 않고 설거지해 이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네요. 다시 설거지 하기위해 고무장갑을 손에 끼웁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히다 보니 분유를 먹이기 시작한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이런 일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반복됩니다.

뜨거운 분유 물에 손 데어가며 얻는 이런 ‘디테일’은 육아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누가 만들어준 적당한 온도에 알맞은 용량의 분유를 넣은 우유를 먹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죠. 앞뒤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이와 같이 주장합니다.

온전히 육아의 모든 부분을 하도록 정확히 시간을 나누어 육아를 해야 한다고 말이죠. 반드시 실수가 나올 거예요. 처음에는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고 말이 나올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디 한번 힘들어 봐라, 라는 나쁜 마음에서는 아니란 건 아실 거예요. 우리가 같이 해야 할 일을, 조금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죠. 더불어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주장하는 사람도 힘들 거예요. 매번 장벽에 막히는 기분도 들 것이고, 차라리 내가 하는 게 속 편하겠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육아는 원래 한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같이 해야 하는 것이죠. 이 결정은 나의 이기심의 발로가 아닌 가정을 위한 것이기에, 마음을 굳게 먹기 바랍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죠.




육아도 휴가가 필요해

잠깐 학창 시절 도덕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니 그저 가십거리로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어느 날 작은 마을에 서커스단이 찾아왔습니다. 마을 한 구석 공터에 짐을 풀고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하죠.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남자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한눈에 보기에 집채만 한 코끼리가 어린아이 손목 굵기의 말뚝으로 묶여있는 모습을 말이죠. 조금만 힘을 준다면 쉽게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코끼리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시도조차 말이죠.

이 모습에 의아해하던 남자가 서커스 단원에게 묻습니다. 코끼리를 저렇게 가는 말뚝으로 묶어두어도 되나요, 라고 말이죠. 그러자 옆에 있던 나이가 지긋한 단원이 대답합니다.

“이 코끼리는 아주 어릴 때 우리 서커스단에 들어왔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죠. 어찌나 발버둥을 치던지 한동안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저 말뚝이 보이십니까. 저것이 바로 어린 코끼리를 묶어두던 말뚝이죠. 저 말뚝에 묶자 아무리 시도해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어느 순간부터 어린 코끼리는 탈출을 포기하지 뭡니까. 지금은 꽤나 덩치가 커졌지만 여전히 예전의 기억 때문인지 저 말뚝을 뽑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뭐,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도 말이죠.”


만약 누군가 코끼리에게 말을 걸 수 있다고 하고, 자 지금 너라면 이런 말뚝 따위는 쉽게 뽑고 도망갈 수 있어, 라고 말해준다면 코끼리는 어떻게 될까요. 자유를 찾아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지금 여러분에게 ‘육아휴가를 가라’라고 말씀드릴 참이었습니다. 저의 이 말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죠.

지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마 이런 생각 일거예요. 엄마는 집에 있어야 한다, 밥은 누가 하나, 애가 나를 찾을 텐데 라는 생각이죠. 지금이라도 이 말뚝에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충분히 뽑힐 만큼 근거 없는 것이니까요.

남자는 원래 밥을 못하게 되어 있나요? 간혹 애기를 더 잘 보는 남자도 있는데 그게 이상한 일일까요? 엄마가 집에 없으면 큰일이라도 벌어지나요? 반문해보면 쉽게 답을 내지 못하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그랬으니까 정도로 반박할 수 있으나, 원래란 존재하지 않아요. 상식선에서 생각하라고요? 상식이 무엇인가요.

아인슈타인상식은 18세까지 후천적으로 얻은 편견의 집합체, 라고 했습니다. 앞에서 우리의 공교육에 대해 언급한바 있습니다. 과연, 그 교육에 문제가 있다면 위와 같이 주장할 수 도 있겠네요. 그러나 옳지 않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압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것이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아야 해요. 앞으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자유롭게 그리고 정당한 권리를 누려야 합니다. 일주일 동안직장에서 시달린 남편은 주말에 쉴 권리가 있어요. 학생들도 학업이 끝나면 머리를 식혀줄 시간이 필요하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우리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마음을 위로하고,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고향집에 돌아가 해준 밥을 먹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얼토당토 하지 않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잖아요. 일한 만큼 쉬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글을 통해 이번 주말,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는 여러분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부 우울증, 얼마나 위험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