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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Nov 15. 2020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빌 클린턴, 제임스 패터슨 <대통령이 사라졌다>

 '토요일, 미국. 이제 곧 미국에 토요일이 찾아올 텐데....... 버섯구름. 시골 지역을 뒤덮은 살인적인 적열. 이 나라 리더는 어디 갔지? 대체 대통령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지금은...... 안 돼......."
"그녀에게 빨리 서두르라고 해요!"
"반격이 불가능합니다. 대통령님."
"놈들이 우리 시스템을 무너뜨렸습니다, 대통령님."
"이젠 어쩌죠, 대통령님?"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대통령님?"
"그냥 누워 계십시오, 대통령님. 곧 도착할 겁니다."
'난 아직 갈 준비가 되지 않았어. 아직은 안 된다니까. 안 돼, 레이첼, 아직은 당신을 만나러 갈 때가 아니야.

빌 클린턴, 제임스 패터슨 <대통령이 사라졌다>

 소설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미국을 파괴하려는 비밀 조직에게서 나라를 지키려는 대통령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미국의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으로써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직접 경험하여서 그런지 대통령의 경호와 다른 나라의 정상들과의 비밀 회담들에 현실감 있는 디테일이 숨어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권력이 생기면 사람이 변한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자주 쓰인다. 소설에서는 누군가는 나라를 파괴시키려고 하고, 누군가는 자기가 소망하는 바를 이루려고 파괴자를 도와준다. 반대로 누군가는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각자의 목표와 목적에 따라 행동한다. <대통령이 사라졌다>에서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부정적인 의미보다 책임감이 보였다. 비슷한 뜻의 긍정적인 의미로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가 될 것이다. 권력이 생기면 그에 걸맞은 책임감이 뒤따른다.

 17일 밤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CBS의 '더 레이트 쇼'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사전 촬영분이 반영됐다. 콜베어가 오바마 통령의 집무실로 불쑥 찾아가 내년 초 새 대통령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실업자'가 되는 그에게 면접 기술을 가르쳐 준다는 설정이다.
 면접관 역할을 맡은 콜베어는 일자리를 원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건넨 이력서를 찬찬히 살펴본 뒤 "55세, 남자로서는 (일을 구해) 다시 시작하기는 힘든 나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지난 재임 기간을 암시하며 "지난 8년간 승진한 적이 없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라고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심드렁하게 "사실 내 마지막 일자리에서 승진할 여지는 많지 않았다. 더 힘센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인데, 바로 내 아내(미셸 오바마 여사)"라고 받아쳤다. 미국 대통령보다 높은 자리는 퍼스트레이디뿐이라는 농담이다.

 2016년 10월 19일 동아일보 기사의 일부다. '더 승진할 데가 없다'라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전 유머러스하게 대답했지만, 내 위에 리더가 없다는 것은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 온전히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 제일의 국가 수장이 짊어진 왕관의 무게가 가늠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 전과 후, 올해 당선된 바이든 당선자와 부통령 해리슨은 어떤 모습으로 퇴임할까

 그들이 느끼는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8년이란 세월 때문인 지는 몰라도 취임 전과 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극단의 스트레스에서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진다는 자리라는 것이 외모에서 엿보인다. <대통령이 사라졌다>를 읽지 않았다면 리더의 책임감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시장은 바이든 당선에 베팅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마침 미국의 대선날이었다. 선거 결과는 박빙이었다. 투표 전에는 바이든이 압승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와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개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가 이긴다는 여론이 우세해졌다. 대선 다음날 우리나라 기준으로 오전까지만 해도 트럼프가 이겼다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오후로 접어들면서 바이든이 네바다 주와 미시간 주에서 역전을 하고 다음날 펜실베이니아 주와 조지아 주(재검표 중)까지 역전하면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을 선언했다.

ⓒBBC

   

하루에 10만 명이 넘는 코로나 확산세, 이로 인한 경제 위기, 미국과 중국의 갈등, 북핵 위협, 환경 문제처럼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는 여러 위협과 도전에 직면해있다. 여러 안건들을 처리하는 데 국가 원수의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마주한 문제들이 소설처럼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소설 속의 대통령처럼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그렇지만 무모하지는 않게) 현명한 선택으로 바이든 당선인이 내건 기치처럼 존경받는 미국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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