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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 Soup Jan 08. 2022

신년 이자카야 모임

 술은 먹지 않지만 이자카야를 좋아한다.

 평소 식당에서는 먹지 못하는 요리를 먹어볼  있는 것도 좋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분위기도 좋다. 일본에서 교환학생을  때는 나름 자주 이자카야를 갔더라. 일본 이자카야는 안주가 굉장히 저렴하고 다양했다. 남들이 레몬사와를 리필할  나는 삼사천원짜리 구운 주먹밥, 가라아게, 에비마요  안주만 코스 요리처럼 시켜댔던  같다. 맛있는 요리를 조금씩 전부 맛볼  있다는  얼마나 즐거운지!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자카야를  적이 없었다. 일본에서 이자카야는 아무리 작은 동네라도 작게작게 있는 느낌이지만, 한국에는 번화가에나 한두개 있기 때문에 마음 먹지 않으면 가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요리를 나누어 먹는 문화가 강해서인지, 안주가 양이 많은 대신 비싸다. 남몰래 즐기는 코스 요리가 이자카야의 묘미였는데그렇지 않다고 하니 갈까 말까 고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신년  모임이 이자카야로 잡혔다. 나이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한국 이자카야는 생각보다  어둡고, 시끌벅적했다. 메뉴도 역시 가격대가  있었지만, 엔빵을  것이었기에 부담스럽진 않았다. 우리는 연어 사시미와 토마토 홍합 스튜, 멘보샤  개가 나오는 세트를 주문했다. 보통은 이걸 안주라고 부르는 거겠지만, 술을 하지 않는 내게는  음식들이 술이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칠맛 도는 안주다.


 이 날 만난 사람들은 작년에 함께 모 기업 스팟 스터디로 만났던 세 명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함께 준비한 우리는 사이좋게 합격 직전에 전부 고배를 마셨다. 연말 분위기로 온 세상이 한창 즐거울 때에 탈락을 했으니 모두 속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이 지나 만난 그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왠지 모두가 앞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좋았겠지만, 솔직히 나는 이렇게 이자카야에서 미래에 대해 맘껏 이야기하는 사이가 생긴 것이  좋았다. 우리는 지난 일보다는 올해 벌어질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새해  모임이다.


 “차돌 짬뽕이 시그니처 메뉴인가봐요.”

 “좋은데요! 아, 면 추가도 할까요?”

 추가로 시킨 차돌 짬뽕이 보글보글 끓었고, 우리는 열띤 목소리로 올해의 목표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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