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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추천 1]외교관

이것이 외교인가 베이비시터인가

by 앨리쨔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무얼 볼지만 구경하다 구독이 끝나버린다는 유명한 밈이 있다.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고민하는 시청자들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밈이다. 웃기지만 내 구독료를 생각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 당신의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넷플릭스 속 볼만했던 영상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단, 대한민국에서 강아지를 붙잡고 물어봐도 아는 그런 작품은 빼고(오징어 게임이라던가....오징어 게임이라던가 뭐 오징어 게임이라던가....)!


그 첫번째 주인공은 외교관이다.


제작: 데보라 칸

연출: 데보라 칸, 재니스 윌리엄스 외

주연: 케리 러셀, 루퍼스 스웰, 데이비드 자시

이미지 및 정보 출처: 나무위키



평범한 외교관인 내가 어느날 영국 대사가 되다?

이게 무슨 웹소설 제목이냐 싶지만 드라마 외교관의 시작이 이렇다. 캐서린 와일러(배우: 케리 러셀)은 중동 지역 전문가로 활동한 외교관이다. 역시 다른 중동지역 전근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고 뉴스 속보가 뜬다. 이윽고 영국의 항공모함이 공격을 받아 군인들 전원 사망하였고 캐서린은 영국대사되어 그 아수라장 속으로 가야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캐서린, 거절도 못하고 이혼을 앞둔 남편 핼 와일러(배우: 루퍼스 스웰) 꼼짝없이 영국으로 끌려간다. 끌려는 왔는데, 캐서린은 도저히 이 '대사(ambassador)' 노릇을 견디기가 어렵다. 오지에서 주로 일했던 탓에 씻는 거 귀찮아 하고, 옷은 때가 타지 않게 무조건 검은색, 종류는 편한 바지를 입는 그에게 대뜸 깔끔하고 화려한 옷을 입으라 하지 않나 가만히 의자에 앉아 남에게 명령을 내려야 하지 않나. 이놈의 고고한 영국인 정치인들을 베이비시터처럼 달래가며 친해지는 것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화려한 대사 노릇은 더더욱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자국의 군인들이 사망해 열받은 영국에서 범인을 색출해 전쟁을 벌일 듯한 세계의 위기에 캐서린, 안맞는 옷이라도 주워 입고 대사 노릇을 시작한다. 캐서린, 멍청하고 답답하고 때로는 너무 교활하게 구는 이 정치인들 사이에서 대사로서의 '외교'를 성공해낼 수 있을까?



볼만한 이유 1: 때로는 좋고 때로는 나쁜 여성들

요사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성 주연물들이 늘고 있으며 그만큼 흥행하는 작품도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리 없다. 외교관도 공개 당시 넷플릭스에서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나름의 큰 화제작이 되었던 여성주연 작품이다. 그 중심에 당연히 주인공 캐서린이 있었으며 또 다른 멋진 여성들이 대거 등장한다. 여성을 무조건 좋게만 그리진 않는다. 다양한 여성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점수를 주라고 하면 이 장점에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일명 '알탕'이라 불리는 남성 위주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여성은 대부분 성녀 혹은 창녀로 등장하고 그 소임을 다하면 바로 잊혀진다. 하지만 외교관의 여성들은 사뭇 다르다. 정치라는 분야에서 일하는 그들은 때로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속이는 사기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라를 위한 자신만의 정의를 지키려는 의인이 되기도 한다. 각각이 다른 인종, 다른 목적, 다른 지위를 지닌 채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현실감을 가지고 있다. 남성 위주 작품들에게서 받은 에너지가 아닌 다른 것들을 원한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볼만한 이유 2: 얼기설기 뒤엉켰지만 날카로운 정쟁

인간이란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런 인간들이 서로서로 모여 자국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곳은 더더욱 복잡하다. 정치드라마의 매력은 그런 인간들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본 드라마가 그것을 잘 챙겼다. 매화 각 인물들이 가진 욕망과 목적이 뒤엉키면서 엉망이 되지만 그 안에서 국가의 이익을 위한 싸움도 날카롭게 벌어진다. 캐서린은 그 중에서 인간적 정의의 실현을 바라면서도 국가적 이익을 챙겨야만 하는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로 그려진다. 스포가 걱정되어 더는 말할 수 없지만 아슬아슬한 정쟁을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로 추천한다.



볼만한 이유 3: 중년의 섹시한 로맨스

로맨스? 필자가 좋아서 팔짝 뛰는 장르이다. 그런데 그게 깔짝대며 아슬아슬한 섹시미를 보여준다면? 그것보다 심장을 뛰게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전에 킬미 힐미 드라마를 리뷰하면서 K드라마의 매력은 재미와 즐거움 밑에 깔린 묵직한 메세지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도 묵직한 메세지는 정쟁 중 벌어지는 인간의 정의를, 그리고 재미는 '중년 핫가이들과 핫걸의 섹시한 로맨스'를 보여주며 비슷한 궤도를 가지고 간다. 정치라는 중요한 주제가 있기에 이러한 로맨스가 주를 이루지는 않는다. 다만, 깔짝대며 한번씩 아무렇지 않게 스쳐가는데 이것이 더 사람을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든다. 특히 좋아하는 배우가 맡은 핼 와일러가 이혼을 앞둔 아내 캐서린을 꼬실 떄면 입꼬리가 슬슬 올라간다. 또 조연들의 로맨스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대놓고는 싫은데 그렇다고 로맨스도 없으면 드라마가 무엇이 재미냐 싶은 사람들은 좋아할만한 부분이 되겠다.



한줄평(★★★★)

큰 나라고 작은 나라고 간에 생각보다 세상은 우당탕탕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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