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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사 Dec 13. 2023

신입 PM에 대한 생각

요즘 내 인스타그램은 신입 PM이 되기 위한 각종 부트캠프, 강의, 스터디 광고로 넘쳐난다. 그런 광고들을 보면 꼭 한번씩은 눌러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는 편인데, 이게 진짜 유용한 교육인지 의문이 들 때가 참 많다. 게다가 '미니 CEO(당황스러운 단어조합)', '문과 출신(모든 직무는 문과 아니면 이과 아닌가)','비전공자(PM의 전공은 무엇인걸까...)' 등 나도 모르게 반박부터 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그만큼 요즘 PM 직무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그에 비해 정보는 부족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입 PM에 대한 내 솔직한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PM에 대한 글을 쓰기엔 스스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글을 쓰지 않다가 이렇게 쓰기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광고들을 보면서 비록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 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개인적으로 PM이 하는 일을 생각했을 때 신입이 바로 PM으로 일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무 전환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직군이라고 본다. 이렇게 말하는 게 너무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고 내 시야가 좁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내 주변의 PM들을 보면 90% 이상은 경력직이다.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다가 자연스럽게(?) PM이 되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그 외 분들은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사업 개발, 컨설턴트 같이 PM의 일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직무에서 전환하신 경우다.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PM은 기본적으로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프로덕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취업 전에 프로덕트를 만든 경험을 갖기란 쉽지 않다. 학생들도 앱/웹 창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많이 하긴 하지만 학생 때는 보통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경험이 적기 때문에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어렵다. 인턴으로 경험해보면 가장 좋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인턴에게 그 정도 범위의 업무를 주지 않는다. 즉, 경험이 필요한데 경험이 없어서 경험을 쌓을 수 없는... 애초에 신입이 갖추기엔 말이 안되는 조건인 거다.


2. 리더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리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서비스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거길 향해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즉 PM이 자연스럽게 프로젝트를 리드하게 된다. 그런데 신입이 이미 경력이 있는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리드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긴 하지만 내 주변을 봤을 때 그런 사람들은 아웃라이어였다.


3. 프로덕트 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말하는 '넓은 시야'가 대체 뭘까 고민했었다. 리더 분들의 발표를 통해 프로덕트의 장기적인 방향과 목표도 모두 이해했고 다른 사람들의 업무도 많이 구경했는데도 시야가 넓어졌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의문을 가진 채로 내가 맡은 일부터 묵묵히 했다. 그러다 일한지 딱 1년 쯤 되는 날, 특정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닌데 문득 내 시야가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도 고려하게 되고 더 큰 그림이 보였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때가 되어서야 넓은 시야는 결국 경험을 쌓아야 얻을 수 있는 거구나 깨달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신입은 PM이 될 수 없으니 포기하라는 너무 부정적인 글이 되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러운데, 포기하라기 보다는 그만큼 신입으로 시작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PM 직무를 희망하는 분들이 너무 꿈과 희망만 가득한 광고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이런 의견도 고려해서 더 좋은 선택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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