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러운 말이 돼버리고 말았는데 이유는 뻔뻔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아니디. 억울한 일도 많고 속 터지는 일도 다 말로 한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뭔가 찜찜했다. 하소연을 들어준 사람을 만나기 싫어지기도 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내가 한 말이 전부 푸념 같았기 때문이다. 속이 후련하지도 않은 말은 그만두고 글을 쓰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쓰지 않아도 답답증이 없으니 쓰지 않아도 견디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는다.
쓰겠다 마음 먹었을 때는 누구나 그렇듯 이왕 쓰기로 한 거 잘 쓰자고 결심했었다. 글쓰기를 알려준다는 수많은 책을 읽었다. 그렇게 많이 읽었는데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아마 그런 유의 책이 비슷비슷한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확신이 하나 생겼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글 쓰는 법을 가르칠 수는 있지만 배운 대로 쓰는 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는 일단락된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에 생각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을 읽었다.
“글을 잘 쓰는 법이 아니라, 글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작가의 글쓰기 태도는 단순하다. “쓰고 싶어서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글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고,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사실.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 위해, 마음의 깊은 곳을 어루만지기 위해, 그리고 결국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쓰는 것이다.
물론 문장을 다듬는 기술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글의 본질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끝까지 쓰려는 태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
작가는 때로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일이야말로 글쓰기의 절반이라고 말한다. 글을 쓰려다 포기하고, 다시 펜을 들고, 또다시 좌절하는 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한 문장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기록을 위해, 누군가는 치유를 위해, 또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쓴다. 이유가 무엇이든, 끝까지 글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은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백승우 작가다 하려는 말이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글쓰기의 태도』 가 한동안 기억에 남을 책이 될 거라는 말이다. 작가들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자기가 쓰는 내용과는 다른 태도를 보일 때다. 말하자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작가의 행동이 다른 경우다. 그 다름을 책의 내용으로 보여줄 때가 있는데 읽으면서 뭐지? 싶다. 그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있기 배문에 작가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나 또한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나중에 사실을 자각하고 혼비백산하고는 책의 내용을 바꾼 경험도 있다. 책을 그럴듯한 내용으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만들어낸 상황이다.
백정우 작가는 글쓰기의 태도는 겸허해야 하고 글은 간결하라고 강조한다. 작가를 만나보지는 못해서 겸허한 사람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글을 써 세상에 내보이는 것을 자기 과시가 아니라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느껴졌다. 그래서 문장에는 과장된 힘이 아니라 고요한 울림이 있다. 작가들이 자기도 모르게 하는 실수. 간결하게 쓰려고 하지만 정작 써놓은 글은 간결하지 않는 좀 우스운 실수는 하지 않는 작가라는 것은 분명하다.
덧- 좋아하는 노트와 펜이 같아서 반가웠다.
글쓰기의 태도저자백정우출판한티재발매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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