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 빛소굴 출판사
“왜 200년이 넘은 소설을 아직도 좋아할까?” 많은 이들이 흔히 떠올리는 대답은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주인공이 당당하고 멋있기 때문에,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고전이라서. 그러나 이 정도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나는 『오만과 편견』이 오늘까지도 살아 있는 이유를 사람들이 간과하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오만과 편견의 전염성이다.
영화 예고편에서 보여주듯 사람들 대부분은 다아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을 대비시켜 읽는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소설은 한 사람의 태도가 어떻게 다른 이의 판단을 바꿔버리는지를 볼 수 있다. 다아시의 무심한 말 한마디가 마을 사람들 전체의 시선을 흔들고, 엘리자베스의 성급한 오해가 주변 인물들의 평가로 이어진다. 감정은 공기처럼 흩뿌려지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오염시킨다.
이 전염성은 마치 지금의 ‘댓글 문화’와 닮아 있다.
누군가의 짧은 평가 하나가 여론을 좌우하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거기에 편승한다. 오스틴은 작은 시골 마을을 무대로 삼아 사실상 “여론이 개인의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는가”를 실험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소설 속에서 사랑은 언제나 집안의 체면, 계급, 재산, 주변의 눈길 속에 둘러싸여 있다.
사랑은 순수한 감정이 아니라,
공동체의 시선에서 계속 시험받는 행위가 된다. 오스틴은 사랑을 낭만적으로 미화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은 얼마나 쉽게 타인의 오만과 편견에 흔들리는가”를 썼다.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 이 이야기가 왜 여전히 매혹적인지 생각해 보자. 아마도 우리가 여전히 비슷한 조건 속에서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 집단의 여론, 배경과 조건, “적절한 선택”이라는 말. 이 모든 것은 여전히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오만과 편견』을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읽지 말자. 이건 꽤 진지한 소설이다. 우리가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적 시선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속에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용감한 여자의 기록이다.
책은 이런 질문을 한다.
“너는 정말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사랑하고 있니?
아니면 누군가의 오만과 편견 속에서 사랑을 흉내 내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