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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가 끝내 놓지 얺은 것

어두울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by 김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 | 다산초당 | 2024



제목을 읽는 순간, 이 책을 읽으면 누군가는 눈앞에 작은 불이 켜지는 기분이 들겠구나 생각했다. 서점에는 늘 비슷한 목적을 갖고 누워있는 책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대체로 ‘어둠’을 두려워한다. 보이지 않는 게 싫다. 슬프게도 시야는 늘 침침하다. 그런데 어두을 때에야 볼 수 있는 게 있다니 그게 과연 무엇일까. 낚여서 읽었다. 게다가 미발표 글이 수록되었다고 하니 궁금증이 생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둠을 끝까지 응시하고 거기에서 가장 내밀한 빛을 발견하라는 게 츠바이크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둠에 오래 서 있어 본 사람은 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끝까지 응시하려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걸.


많은 사람들이 츠바이크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로 ‘탁월한 심리 묘사’와 ‘섬세한 문체’를 꼽는다. 나 역시 츠바이크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특유의 심리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는 조금 다른 매력을 찾으려고 시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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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는 언제나 인물들을 위기 속에 세운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어떤 결정적 장면에서, 인물들은 자기 자신을 직면하게 되고. 그 순간 독자는 등장인물보다 더 긴장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선택을 보면서 자신의 선택까지 떠올리기 때문이다.


“저런 결정적 순간이 찾아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읽는 동안 독자는 ‘관찰자’이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참여자’가 된다. 바로 그때가 어둠 속의 빛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어둠을 지나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시간이 바로 츠바이크 문학이 주는 혜택이다. 내가 찾으려 했던 츠바이크의 또 다른 매력. 독자를 자기 삶의 무대 위로 초대하는 힘이었다.


“거대한 침묵”이라는 챕터가 있다. 츠바이크는 여기에서 전쟁의 소음보다 더 큰 것은, 말로 표현되지 못한 사람들의 침묵이라고 말한다.

침묵 속의 공포, 침묵 속의 책임, 침묵 속의 분리감 특히 망명자나 말을 잃은 사람들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단절이 문장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이유,” “인간의 품위,” “작가로서의 사명감” 같은 것이 꺼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절망이 완전히 그를 삼키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독자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라는 선언보다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해낸다. 우리가 느껴야 하는 그것은 아주 작고 미세한 감정, 손톱만 한 크기의 친절 같은 것이라고 츠바이크는 말했다. 나는 그가 끝까지 붙잡고 싶어한 것이 그런 미미한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독한 삶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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