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밀 | 최진영
최진영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 스며드는 무언가가 있다. 짐작건대 그것은 최진영 작가의 문장 구조와 언어의 섬세함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여백을 두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느껴진다. 일상적인 단어를 조심스럽게 배치하는데 그 단어는 섬세한 붓질을 위한 재료다.읽으면 누군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격렬하다. 어떨 때는 길고 구불구불하다. 문장을 읽었는데 정말이지 감정을 다 알아버린 것 같아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작가는 몸 어딘가에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렌즈를 달고 있지 않을까. 문장을 쓰고 쓸 때마다 필름 카메라로 찍는 건 아닐까. 글이라는 피사체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변신시키기 위해.
문장 사이의 여백이 적지 않다. 비워둔 공간에는 말하지 않은 것들의 울림이 가득 차 있다. 슬픔 속의 작은 희망, 기쁨 속의 숨겨진 아픔을 문장 안에 가둔다. 작가의 이야기는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가장 사적인 감정을 투명한 창을 통해 보는 기분이다. 그 감정은 빠르게 나의 경험과 연결된다. 뚜벅뚜벅 문장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그러면 이야기와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당연하게 내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와닿는다.
지금까지 나는 최진영 작가의 책을 읽고 혼자서 이렇게 말했었다. 최소한의 단어로 최대의 감정을 끌어내는 마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