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여행(포르투갈-스페인)
004. 그녀의 도시_리스본
액땜을 살벌하게 겪고 나서 도착한 리스본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활기찼다.
그리고 리스본에서 묵는 3일 내내(?)
동생의 생일이었다.
동생의 생일을 반기기라도 하듯
몬산투행에 실패한 쓰린 마음에 약이라도 발라주듯
리스본의 날씨는 쾌청함 그 자체였다.
활기찬 리스본 곳곳에서는
춤, 노래 등 다양한 버스킹의 향연이었고
도시의 분위기를 한껏 풍성하게 만들었다.
자기애가 충실한 동생은 이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한 축제로 받아들였고
덕분에 동행자는 괜한 책임감을 덜 수 있었다.
(고맙다 리스본.)
...
...
...
밤이 되면 촉촉해지는 리스본은
또 다른 특유의 분위기가 나타난다.
애잔한 그리움을 부르는 파두 공연은
포르투갈의 항구 도시 리스본에서 시작됐다.
리스본의 촉촉한 밤과 또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음악과 시의 결합인 파두'Fado'다.
"아쉬운 대로 그냥 맞은편 집 갈까?"
원래 가려 했던 곳의 줄이 워낙 길어서
파두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다른 음식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맞은편 집에서 식사를 하며 파두를 들었지만
음식에 실망이 커서 왠지 감흥이 나지 않았다.
아쉬움이 컸던 게 오히려 약이 됐는지
오래 기다리더라도 원래 가고자 했던 곳에서
공연을 보겠다는 마음이 불을 지폈다.
비좁은 공간에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테이블에 섞여앉아
포트와인을 홀짝이며 즐기는 파두 공연은
정신과 혼을 흠뻑 홀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고독과 향수, 그리움을 외치는 파두의 선율은
언어를 알지 못해도 가슴을 몇 번이고 울렸다.
...
...
...
"우와, 이 시간에도 버스킹을 하네."
늦은 밤 파두에 해롱거리며 돌아가는 길
귀가 호강하는 공연은 거리에서도 계속되고 있었다.
"언니 나는 리스본 어딜 가나
음악이 들려서 좋은 것 같아."
리스본은 음악을 위해 존재하는 도시 같다.
도시 자체가 음악을 흥얼거리게 하고
그 음악들로 도시는 더 반짝반짝 빛난다.
"내 인생 최고의 생일이야!"
아름다운 도시에 취하고
버스킹과 파두를 만끽하며
행복해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되려 내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아무런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어딜 가나 귓가에 맴도는 음악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무탈함에 감사하자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깃들었는지
자매는 말 그대로 생일 같은 날들을 보냈다.
음악과 도시. (그리고 포트와인)
매력에 담뿍 물든 리스본이다.
포스여행
4화 끝:)
© 빛정, bit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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