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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06. 2023

물경력과 워라밸 사이에서

20230405 수요일

한가하다.


업무에도 루틴과 사이클이 있듯 한가한 시기가 도래했다.

간간히 올라오는 게시판 건을 처리하고, 메일 회신을 하고, 급작스럽게 생기는 일에 대응하는 게 전부인 시기.

자기 계발류의 공부를 해도 된다고 했으나, 어디까지나 공간이 '회사'다 보니 눈치가 보이는 건 당연하다.

짧은 간격으로 새로고침 해봤자 올라오는 피드가 없는 인스타그램을 들락날락하다가, 웹툰을 봤다가 웹소설을 봤다가 시계를 보면 겨우 10분 지나있다.


지루하다.


마음잡고 회사를 다니며 '안전바'를 메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당차게 결심했으나 체력뿐만 아니라 내 의지력 또한 한계가 있나 보다.

정열적으로 타올랐던 의지는 어디 가고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마우스를 깜빡거리는 내가 앉아있다.


워라밸이란 뭘까.

셜록현준 유튜브에서 직원이 '워라밸'을 찾는다는 건, 그건 회사가 '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사실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얘기했는데 디테일한 건 직접 찾아보시길). 그 말을 들으니 머리를 한대 꽝! 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하는 직무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으면 워라밸을 갖다 줘도 알아서 '열심히 빠져들어 몰입한다'는 것이다.

현 직장을 다니며 바쁜 시기-한가한 시기가 또렷이 나눠져있다 보니 그래도 '워라밸'은 있어라고 자위했는데 문득 이게 '워라밸'이 맞나? 사실상 물경력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연봉협상이라 쓰고 '통보'라 읽는 날, 직급의 차이는 있으나 하는 업무가 비슷하니 결국 자신의 성과를 드러낼 어떤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성과에 따라 회사에서 올려주는 연봉상승 %가 달라질 거라는 얘기.  그럼 난 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업무 외 어떤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해 봤다. 퍼포먼스를 내도 그게 내 경력 기술서에 쓰일 수 있는가? 나는 떠나고 회사는 남을 텐데, 경력 기술서에 쓰지 못할 프로젝트라면 (그것이 현 직무와 무관하여) 안 하는 게 낫지 않나?


들뜬 마음으로 들어갔던 연봉협상은 되려 물경력과 워라밸에 대한 고민만 가득 안고 돌아오게 됐다.


곧 2년 차가 되어가는 현 직장과, 연차로는 3년 차가 되어가는 직무에서 이직을 위한 경력기술서에 마땅히 드러낼만한 퍼포먼스가 없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새삼, 내가 얼마나 고민 없이 직무를 선택했는지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간절하지 않았는지

얼마나 깊은 고민 없이 나섰는지 깨닫는다.


생각의 전환이든, 직무의 전환이든, 행동의 전환이든

무언가 필요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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