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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13. 2024

일관성이 있었는데요 없어졌습니다.

아쉬움이 가득한 요즘의 스타벅스에게

둠칫둠칫 힙합 베이스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랩이 조용조용한 공간에 울려 퍼진다.



책을 덮었다.

괜히 고개를 돌리고 어깨를 돌려보며 팔을 쭉 뻗는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다시 책장을 펼친다.

이번에는 영혼을 쏟아내듯 고음을 내지르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나같이 모든 장르는 팝송.

언제였더라, 이전엔 블랙핑크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때 나는 유튜브로 스타벅스 재즈 ASMR을 찾아 플레이시킨 채 이어폰을 꽂았다.


예전 스타벅스는 어땠더라.

재즈가 흘러나왔던 것 같다.


들어서면 훅 풍기는 커피 냄새.

우드톤의 책상과 의자.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그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조곤조곤 수다 떠는 사람들과 타닥타닥 키보드가 쳐지는 소리, 사락사락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까지.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다고 그랬던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개인 작업하기 좋은 장소.


솔직히 말하자면

이젠 여기가 스타벅스인지 잘 모르겠다.

공간을 판다는 그 정체성을 상실한 기분.


브랜드가 갖고 있던 정체성의 상실.

뿐만 아니다. 텀블러 사용을 권하고 종이빨대를 도입했으면서 물밀듯이 새 시즌 텀블러가 쏟아져 나온다.

더 이상의 희소성을 상실한 텀블러엔 어느새부터인가

'굳이? 이 가격에?'라는 의문이 붙었다.

덕분에 돈을 줄일 수 있어 고맙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가 예전만큼은 자주 찾지 않는다.

아침에 일찍 열고, 사이렌 오더가 되며, 대체적으로 2층은 커피를 주문하는 1층과 분리되어 있어 편하다는 사실 제외하고는 글쎄. 어느 새부터 스타벅스에 와서 이어폰을 끼는 나를 발견했다. 주변 소음이 싫은 게 아니라 일관성 없이 흐르는 카페 배경음악이 싫어서.


핫하다는 카페를 가보면 분위기, 인테리어, 공간배치는 물론이고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잘 계산'되어 있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미지는 안정감을 준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지 않던가.

때론 그렇게 잘 짜인 공간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좋아

때때로 그곳들을 찾는다. 푹 안겨드는 기분이 좋아서.


출근 전 책을 읽겠다고 왔는데

일관성 없이 흐르는 음악이 불편해서 책을 두 번 덮었다.

다른 카페를 찾아봐야 하나.

네이버 지도를 켜 괜히 카페로 카테고리를 걸고 스크롤을 내려본다. 내가 바라는 '적당함'이 모두 갖춰진 데는 역시 흔치 않다.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이 일관성 없는 카페 음악은 도저히 타협이 안된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덮고 혼자 넋두리하듯 주절주절

오랜만에 써 내려간다. 덕분인 건가.


스타벅스의 취향이 바뀐 건지

내 취향이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한 때 이곳의 장소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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