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Apr 24. 2024

자기 계발의 정의

내가 한 것은 자기 계발이었을까요 (1)

자기 계발의 3 대장이라고 불리는 게 있다.

운동, 독서, 글쓰기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때로는 주기적으로 때로는 간헐적으로 하는 사람이었다.

작년 6월 PT를 시작으로 주 2~3회 꼬박꼬박 운동했다.

다이어리에 일기를 쓰며 하루를 기록했고 스프링 노트에는 온갖 감정을 토해내고 배설했다.

책은 언제나 놓지 않았으며, 좀 덜 읽었다 했을 때도 늘 달에 3~4권을 읽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기 계발의 3 대장이라는 걸 꼬박꼬박 퐁당퐁당 했는데

과연 나는 이걸로 이전 보단 나아졌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는 모습은 비슷했다.

여전히 읽고 쓰고 운동하고 사람을 만나고 적당히 쉬고.

핑계를 대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하는데

어떤 영역은 '그냥' 쉽게 되는 반면 어떤 영역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되지 않았다.

PT가 끝나고 몸 컨디션 저하를 핑계로 얼레벌레 운동을 가는 둥 마는 둥 책을 읽다 말다 읽다 말다를 반복하며 완독 한 책 리스트가 점점 없어지고 밀린 일기를 몰아 쓰며 겨우겨우 쓰는 것에 급급해하던 어느 날.


드로우앤드류의 "이걸 알면 놀면서 재밌게 성장할 수 있어요." 자기 계발의 오용과 함정 영상이 올라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 언제 이렇게 스며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팬인 나는 자연스럽게 영상을 눌렀고


크루즈모드로 주행하던 나의 자기 계발에 멈춤을 눌렀다.



나만의 기준 없이  자기 계발을 숙제처럼 하고 있었다.

이걸 통해 어떤 걸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고

이런 분석, 검토, 탐구 없이 그냥 읽고 쓰고 움직이며 지냈다.


그리고 뭔가 거대하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랐다.


(열심히 쓰지 않으면서) 어쩌다 쓴 글이 대박이 나 출간으로 이어진다거나

(완결 지은 에피소드 하나 없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구상이 전부 인) 웹소설이 대박 나 제2의 정은궐 작가 혹은 내가 좋아하는 제2의 솔체작가가 된다거나

(어쩌다 가는 운동과 대충 하는 식단을 이어가며) 결국은 다이어트에 성공했습니다  같은

열심히 혹은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주어지는 '열린 해피 엔딩 가능성의 상태'

난 그 상태에 둥둥 떠다니며 '하지 않음'으로써 실패와 패배를 피해 가고

그렇다고 안 하는 건 아닌 상태를 유지하며 뭔가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설렁설렁 퐁당퐁당 하면서 '자기 계발'에 진심인 척, 현재를 충실히 살고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나 자신의 멋진 모습'에 잔뜩 취해있었던 거다.


그래서 숙제처럼 읽고 쓰고 운동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여름방학 숙제를 하듯, 기약 없는 개학을 기다리며 언젠간 이것이 큰 부와 명예 혹은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허상과 거짓으로 쌓아 올린 자아의 성은 무너진다.

시기가 언제 오냐의 문제일 뿐.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허상과 거짓으로 쌓아 올린 자기 계발의 성이 후드득 무너졌다.

그 끝에 나는 허무하고 허망하고 허탈했으며 지독한 무기력증과 나태에 푸욱 빠졌다.


작가의 이전글 낭죽낭살, 낭만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