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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Nov 03. 2020

가장 힘든 1분 달리기의 시작

런데이 30분 달리기 1주차


나는 어릴 때부터 운동이라면 젬병이었고 체력도 약했다. 체육시간에 온갖 핑계로 스탠드에 앉아있는 학생이었고, 체력장 오래달리기는 늘 꼴찌였고, 대체로 우수했던(ㅋㅋ) 중학교 성적표에서 필기시험을 만점 받아도 체육은 '미'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 예전으로 돌아가면 목요일마다 있는 체육수업이 싫어서 유치원 가기 싫었다고 떼쓴 기억, 그리고 기억도 안 나는 시절 엄마의 증언을 따르면 뒤집기 같은 기본 발달도 늦어서 육아가 처음인 엄마가 둘러메고 병원에 데려간 적도 있다고.


아무튼 그렇게 못하니까 싫어하고 안 하니까 계속 못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며 26년 정도 살다가, 건강을 위한 체력 단련의 중요성을 직장 생활을 하며 아주 제대로 느끼고 (사실 그전에도 느낄 기회는 많았지만 애써 외면했다) 비단 체중 감량 때문이 아니어도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운동을 해야 우울함과 무기력을 이겨내기 쉽다 등 온갖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트윗의 홍수에서 약한 체력으로 장거리 통근에 몸과 마음의 기력을 쏟아붓고 있는 나에게도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마음먹기에서 습관 만들기 까지는 또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마침 10월 말이고, 올해가 끝나기 전 무언가 더 이루고 싶다는 생각과 맞물려 런데이 초보자 코스를 대뜸 시작하게 됐다. 이것은 <기...!!!ㅅㅈㄱ>정도의 프롤로그다.


이런저런 히스토리를 거쳐, 많은 운동 중에 런데이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1. 지금 시작하면 연말에 마무리할 수 있다.


. 연말 연초에 올해는 뭘 했는가? 하고 되돌아볼 때 기억에 남는 뿌듯한 일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내가 하는 30분 달리기 코스는 8주간 훈련을 통해 30분간 달릴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에

딱 연말까지 완성할 수 있다.


2. 시간과 비용에서 자유롭다.


. 운동 예약해두고 갑자기 야근하느라 못 간다거나.. 하는 변수가 생기면 엄청 스트레스받는 편인데 런데이는

집 근처 5분 거리에 있는 하천을 따라 그냥 아무 때나뛰면 된다. 다만.. 너무 나에게 많은 자유도가 있다는 단점도 있어서 부끄러운 마음에라도 뛰라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기록을 시작했다.


3. 체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다.

. 단시간에 기초체력을 기르는데 가장 많이 추천받은 운동 중 하나이고, 내가 운동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에 시작했다. 체력을 기르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을 할 체력이 남아나질 않는 딜레마를

끊어내고 싶었다.


4.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 물음표를 붙인 이유는 이런저런 운동을 해도 결국 체중 감량은 식이조절이 핵심인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다들 좋다고 하니 한 번 기대해 본다.









'20. 10. 27 (화)


처음이 제일 힘든 거라고.. 이것저것 고민해 봤자 시작을 미룰 뿐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mbti INFP)

일단 나갔다. 제목을 가장 힘든 1분 달리기라고 한 이유도 여기있는데, 처음엔 1 뛰기-2 걷기를 반복한다.  1분을 달리러  밖을 나서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첫 런데이로부터 거의 1년이 걸릴만큼..

그래도 걸그룹 2세대 메들리를 들으며 뛰니 1-1 정도는 정말 금방이었다! 무엇보다 상쾌함과 성취감이

몰려왔다. 내가 해냄! 조금만 뛰어도 몸에 열이 나서 추위 걱정은 당분간 안 해도 될 것 같다.










사실 런데이가 아주 처음은 아니다. 약 1년 전.. 사이판 파견근무에서 오후 근무일 때 오전 시간을 잘 써보고자아침 운동을 딱 두 번 나간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미 찍혀있는 도장들. 이번 목표는 일단 1주 차를 끝내서 새 도장을 찍어보자! 하는 거였다.









'20. 10. 30(금)

1-2는 낮에 했다. 연차여서 오전에 공복 유산소운동 삼아 뛰고 왔는데 눈이 너무 부셨다. 이런 치명적인 문제가.. 1-1과 거의 차이가 없어서 큰 무리 없이 했다. 다만 스트레칭을 제대로 해줘야 하는데 항상 운동 끝나고 나면 귀찮아서 미룬다..







'20. 11. 01 (일)


첫 주의 작은 목표였던 사이판보다는 더 뛰기 성공. 주말 내내 노느라 시간이 없어서 밤에 뛰었다. 1-1이나 1-2보다 30초 더 뛰어야 했는데 할만했다. 새로 안 사실인데 일요일에 NRC 앱을 켜고 뛰고, 기록 공유를 하면 저 선데이 스티커를 붙일 수 있다고 해서 얻어걸렸지만 뿌듯했다. 보통 일요일에는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핑계로 누워서  시간이고 유튜브만 보기 좋은 일요일 밤인데, 뛰고 오니 상쾌해서 샤워하고 스트레칭도 열심히 하고 이렇게 블로그에 후기도 쓴다.








작은 성취와 함께 시작하는 11월의 첫날, 그렇게 1주 차 달리기를 완료했다!


계획대로라면 12/19(토)~12/20(일) 주말에 8주 차 달리기가 끝나야 한다. 하지만 중간중간 생리도 할 거고, 야근도 할 거고, 그냥 내가 하기 싫을 수도(ㅋ) 있으니 2주의 유예기간을 더 줘서 연말에는 끝내야지 하는 마음이다. 그렇지만 절대.. 8주 동안 꾸준히 주 3회 러닝을 하겠다는 장기 계획으로 나 스스로를 짓눌러선 안될 것 같다. 그러다 지레 지쳐서 그만두기 때문에, 이번 주에도 내가 지킬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워야겠다. 예를 들면 평일에 무조건 두 번 뛰기. 그러면 세 번을 채우고 싶어서 주말에도 한 번 뛰겠지. 작은 성취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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