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Nov 04. 2024

맹자 : 염치

 맹자가 강조한 염치(廉恥)는 인간이 본래 지녀야 할 도덕성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는 염치를 단순한 부끄러움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도록 이끄는 내면의 힘으로 보았습니다. 맹자는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無羞惡之心非人也)"라고 하여, 염치가 인간됨의 기준이자 도덕적 행동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맹자는 인간의 네 가지 도덕적 단서인 사단(四端) 중 하나로 수오지심(羞惡之心)을 들며, 이를 의(義)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감정으로 보았습니다.



맹자의 염치와 인간관계의 의미

 맹자에게 염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힘입니다. 염치를 갖춘 사람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으려 하며, 타인의 호의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태도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 사이에서 신뢰를 지키지 못했을 때 염치를 느끼는 사람은 그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며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합니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도덕적 정서'와도 연결되는데,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우리의 도덕적 행동을 이끄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맹자는 수오지심, 즉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도덕적 행동의 자연스러운 원천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단순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내면의 나침반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부정직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수오지심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동양 철학에서 부끄러움의 감정은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다뤄왔는데, 공자는 "나쁜 것을 보면 물러나기를 벽처럼 하라(惡則敗而爲壁)"고 하여 부끄러운 행동을 경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순자 역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군자의 큰 용기(知恥近乎勇)"라고 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도덕적 용기의 시작임을 말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맹자의 염치

 현대 사회, 특히 디지털 시대에서 염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의 악성 댓글, 허위정보 유포, 타인의 사생활 침해와 같은 문제들은 염치의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맹자의 염치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디지털 공간에서도 도덕적 주체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염치의 실천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매일 저녁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거나, 온라인에서 글을 쓰기 전에 그 내용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행동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맹자의 염치는 단순한 부끄러움이 아닌, 인간의 도덕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핵심 덕목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특히 디지털 시대에 더욱 필요한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염치의 실천은 개인의 도덕적 성장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도 필수적입니다. 맹자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이전 02화 라캉 : 욕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