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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영 Nov 07. 2024

샤르트르 : 타인의 시선

 누구나 한번쯤 거울 앞에 서서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면접이나 모임을 앞두고 자신의 모습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며 옷차림을 점검한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거울 속 모습이 진짜 내 모습 같으면서도 아닌 것처럼,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도 그렇습니다. 사르트르는 이러한 "타인의 시선"이라는 개념을 통해,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가 우리의 삶과 자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습니다. 그는 타인의 시선이 우리가 스스로를 객체화하게 만들며, 결국 우리의 행동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갇힌 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누군가 옆자리에 앉으면, 무의식적으로 자세를 고치고 더 진지하게 책을 보는 척하게 됩니다. 길거리에서 음악을 들을 때도 누군가 시선이 느껴지면 갑자기 자세를 바꾸거나 이어폰을 빼고 주변을 살피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무대 위에 선 배우처럼 타인의 시선에 따라 자아를 조정하고, 무의식적으로 타인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려는 이런 모습이 바로 사르트르가 말한 "객체화"입니다.


 SNS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 수나 댓글 수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거나, 특정한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려고 무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도 SNS 사용자의 상당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 현실과 다른 모습을 꾸며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만 골라서 올리게 돼요. 그런데 그게 진짜 내 모습 같지가 않아요"라는 20대의 고백처럼, 우리는 점점 '보여주기 위한 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보다는 타인이 원하는 모습에 점점 맞춰지게 됩니다.



타인의 시선과 자유의 상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불안'이라고 부릅니다. "발표 자체는 자신 있는데, 사람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떨려요. 실수할까 봐, 웃음거리가 될까 봐 두려워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타인의 시선은 우리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투명한 감옥이 되기도 합니다. 이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키우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발표 전에 충분한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거나, 타인의 반응보다는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상사의 평가를 받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택근무할 때는 편한 옷차림으로 일해도 능률이 똑같은데, 화상회의만 켜면 왜 갑자기 정장을 입어야 할까요?"라는 한 직장인의 물음처럼, 타인의 시선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제한합니다. 이는 '사회적 규범'에 따라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며, 이러한 행동은 공동체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내 선택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서 '타인이 기대하는 일'로 제한되기 쉽습니다.



책임감과 성장의 기회

 하지만 모든 거울이 왜곡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친구의 진심 어린 조언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은 항상 저를 신뢰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셨어요. 누군가 저를 믿어준다는 걸 알게 되니, 저도 저를 믿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은 때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책임감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에서 팀원이 나를 신뢰하고 중요한 역할을 맡겼을 때,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 열심히 노력하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로 인해 자녀가 스스로 더 큰 도전을 할 용기를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균형 잡기: 타인의 시선을 넘어서기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타인이 반드시 우리를 괴롭히는 존재여서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 우리의 행동과 선택을 제한하여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르트르는 이러한 시선 속에서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잃고, 타인의 기대에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일종의 '지옥'이라고 설명한 것입니다. 이는 타인이 꼭 괴롭히는 존재여서가 아니라, 그들의 시선이 우리의 자유를 제한하고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우리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시선에 휘둘리지 않을 자유 또한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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