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영 Dec 14. 2024

다름은 비정상이 아니라 기회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면 비정상이고, 비정상이면 병든 것이다. 이 세 가지 범주, 즉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정상적이지 않다', '병들었다'는 사실상 매우 다른 것이지만, 하나로 축소되었다."(If you are not like everybody else, then you are abnormal, if you are abnormal, then you are sick. These three categories, not being like everybody else, not being normal and being sick are in fact very different but have been reduced to the same thing.)(미셸 푸코, <인터뷰> 중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면 비정상이고, 비정상이면 병든 것이다.” 푸코는 이 말로 현대 사회가 다름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과 다른 사람을 쉽게 비정상으로 판단하고, 심지어 고쳐야 할 문제로 취급합니다. 한편 공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서로 다르더라도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강조했습니다. 푸코와 공자의 가르침은 현대 사회에서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알려줍니다.


 푸코는 현대 사회가 다름을 비정상으로 간주하고, 이를 억압하거나 고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은 단순한 차이를 넘어서, 누군가를 틀에 맞추거나 통제하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 아이는 흔히 ADHD 진단을 받고 치료의 대상이 됩니다. 물론 진단과 치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푸코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의 고유한 특성이 무시되고, 오히려 사회가 요구하는 규율에 맞추려는 시도가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소셜미디어를 떠올려 보세요. 우리는 완벽해 보이는 외모나 성공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끊임없이 보며, 자신과 비교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푸코는 이러한 정상성의 강요가 개인에게 억압과 고통을 준다고 지적합니다.


 푸코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비정상을 배제하는 태도가 현대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첫째,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억압합니다. 특정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비정상으로 여겨지면, 개인은 자신의 특성과 가능성을 억누르게 됩니다. 아이의 창의적 사고가 오히려 문제로 여겨지거나, 독창적인 삶의 방식이 이상한 것으로 취급되는 일이 그렇습니다. 둘째, 다름을 가진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배제합니다. 특정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점점 고립됩니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에서 보이는 ‘완벽한 삶’에 자신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며 고립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가능성을 잃게 됩니다. 다름 속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변화의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병리화하거나 억압한다면, 사회는 혁신과 창조의 기회를 잃게 됩니다.


 푸코의 비판은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가르침과 연결됩니다. 공자는 “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소인들의 동이불화(同而不和), 즉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의견에 동조하고 무리를 짓지만 화합하지는 않는다고 비교합니다. 공자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조화를 이루는 출발점이라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서로의 생각을 억누르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모두가 하나의 의견으로 맞추려 한다면 오히려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문화 사회나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환경에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다름을 존중하고 협력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푸코와 공자는 다름을 억압하거나 문제로 취급하는 대신, 이를 수용하고 활용할 때 더 큰 가능성이 열린다고 가르칩니다. 다름은 성장과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팀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면, 그 차이를 통해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팀원이 각자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때,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입니다. 개인의 성장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남과 비교하며 자신을 억압하는 대신, 나만의 고유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됩니다.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는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우선, 자신의 다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곧 내가 특별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푸코는 현대 사회가 다름을 병리화하고 억압하는 방식을 비판했습니다. 공자는 다름을 존중하고, 그것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길을 가르쳤습니다. 두 사상은 다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다름은 병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장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풍요로운 개인과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다름을 억압합니까, 아니면 그것을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