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집단 신화가 힘을 잃은 시대에 살지만, 각자 자신만의 비밀스럽지만 강력한 꿈의 신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이디푸스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미녀와 야수의 영원한 로맨스가, 오늘 오후 42번가와 5번가 모퉁이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In the absence of an effective general mythology, each of us has his private, unrecognized, rudimentary, yet secretly potent pantheon of dream. The latest incarnation of Oedipus, the continued romance of Beauty and the Beast, stand this afternoon on the corner of Forty- second Street and Fifth Avenue, waiting for the traffic light to change.)(조셉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중에서)
'(모든 사람에게 힘을 발휘하는) 집단 신화가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살아갑니다.' 조셉 캠벨의 이 말은 현대 사회에서도 신화가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일깨워줍니다. 과거에는 집단적 신화가 인간의 삶을 안내했다면, 현대에는 집단 신화의 자리를 개인적인 신화가 채우고 있습니다. 캠벨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삶 곳곳에 신화가 숨쉬고 있다고 말합니다.
캠벨에 따르면 신화는 단지 고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우리의 무의식과 일상 속에서 계속 모습을 드러냅니다. 현대인은 더 이상 하나의 집단 신화를 믿지 않지만, 무의식적이고 개인적인 신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구성합니다.
현대인들의 무의식 속에서 신화는 꿈과 상징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꿈에서 나타나는 기이한 이미지들, 특정 이야기나 영화에 끌리는 순간들, 인생의 전환점마다 찾아오는 의미심장한 우연들은 모두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신화적 구조를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현대인은 일상을 해석하며 스스로 신화를 만들어 갑니다. 평범한 출근길이 특별한 깨달음을 주거나, 우연한 만남이 운명처럼 느껴질 때, 우리는 신화적 경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의 자기 표현 방법도 신화적 성격을 띱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거나, 좋아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소소한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모든 행위는 신화적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캠벨은 모든 신화에서 반복되는 공통된 패턴을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구조는 평범한 사람이 시련을 극복하고 변화한 뒤, 새로운 자신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이를 출발, 시련과 변화, 귀환이라는 세 단계로 설명합니다. 현대인의 삶에서도 이 여정은 반복됩니다. 새로운 직장을 시작하거나,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겪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모두 영웅의 여정을 반영합니다. 인간은 삶에서 반복적으로 도전과 성장을 경험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갑니다.
또한 캠벨은 신화가 오늘날에도 다양한 형태로 부활했다고 주장합니다. 영화, 드라마, 자기계발 콘텐츠,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화는 신화적 패턴을 담고 있습니다.슈퍼히어로 영화는 고대 영웅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언맨은 내적 결함과 갈등을 극복하며 자신과 세상을 구하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반지의 제왕은 고난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전형적인 영웅의 여정을 따릅니다.
이와 함께, 자기계발 콘텐츠는 현대인의 신화적 욕망을 충족시킵니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대 신화에서 영웅이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 역시 현대인의 신화적 이야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인플루언서들이 보여주는 성공 서사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 혹은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자신만의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유도합니다.
캠벨은 신화를 멀리서 찾지 말고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영웅입니다. 첫 출근의 설렘과 두려움을 느끼며 직장으로 향하는 신입사원의 발걸음, 아이의 첫 울음소리에 눈물을 흘리는 새내기 부모의 모습, 작은 가게의 간판을 걸며 가슴 설레는 창업자의 표정에서 우리는 현대의 영웅을 발견합니다. 지금 힘든 시기를 겪고 있나요? 캠벨은 모든 영웅 이야기에는 시련과 고통의 시간이 있다고 말합니다. 실패한 프로젝트, 깨어진 관계, 예상치 못한 변화는 단순히 불운이 아닙니다. 이는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이야기의 한 장면일 뿐입니다.
캠벨은 묻습니다. “당신의 신화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삶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사건은 당신의 여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신화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더 깊은 자기 이해와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