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삶은 길이가 아닌 방식으로 판단하라

by 정지영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오랜 세월을 살았다 해도 실상은 너무나 적게 산 이들이 있으니까.

(The utility of living consists not in the length of days, but in the use of time; a man may have lived long, and yet lived but a little.)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우리는 종종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에 집착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간과하기 쉽습니다.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는 그의 저서 『수상록(Essais)』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몽테뉴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휴머니스트로,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내면을 탐구하는 철학을 전개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회의주의와 경험주의를 바탕으로 하며,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자기 성찰과 경험을 통해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수상록』은 특정한 체계를 갖춘 철학서라기보다 개인적인 사색과 성찰이 담긴 에세이 모음입니다. 그는 절대적 원칙을 따르기보다, 개인이 주어진 현실 속에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간의 길이보다 살아가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내적으로 충만한 삶을 위한 철학적 탐구의 일부입니다.


몽테뉴는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독서를 통한 성찰을 강조합니다. 그는 "책은 정신을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도구이며, 참된 지혜는 독서를 통해 다져진다"고 말했습니다.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이를 자신의 사고에 적용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얻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둘째, 자기 탐구를 통해 삶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충만한 삶이 아니라,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몽테뉴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아는 첫걸음이다"라고 말하며,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셋째, 현재에 집중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현재에 충실함으로써만 진정한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지나간 과거나 다가올 미래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개인적인 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사회적 기준에 맞춘 성공이 아니라, 자신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자신의 길을 따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라고 말하며, 자아 발견과 자기 주도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바쁘게 사는 것’이 곧 ‘충만한 삶’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하루 24시간을 쉼 없이 보내더라도 그 안에 의미가 없다면, 우리는 정말로 살고 있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90세까지 살았지만 같은 루틴을 반복하며 열정과 기쁨을 경험하지 못한 삶과, 50세에 생을 마감했지만 꿈을 쫓고 사람들과 깊이 교류하며 순간을 온전히 누린 삶 중 어느 쪽이 더 가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가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생산성’이 강조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몽테뉴는 단순한 효율성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종종 ‘나중에’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언젠가 여행을 떠나고, 언젠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미룹니다. 그러나 그 ‘언젠가’는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를 충실히 살지 못한다면, 긴 생을 살아도 너무 적게 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려면 단순한 소비보다 배움과 경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인간관계를 깊이 쌓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상이나 사색, 일기를 쓰는 행위는 현재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많은 사람을 아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의 질을 결정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관계의 깊이에서 비롯됩니다. 또한,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몽테뉴의 말처럼, 단순히 오랜 세월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채웠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의미 있는 삶이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해보세요. 매일을 충만하게 살아간다면, 긴 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깊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keyword
정지영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교사 프로필
구독자 311
이전 25화인생에는 알지 못하는 목적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