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던 작가들(박준, 이석원이라는 두 작가의 신작에 실망했습니다.)이 쓴 신작들 보고 요새 실망하며 느낀 것인데 작가라는 직업은 다이버, 잠수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수부가 바다 밑에 들어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무섭게 느껴진다면 은퇴해야하듯 작가도 전작보다 더 좋은 작품에 대한 고뇌와 연구를 게을리한다면 펜을 꺾는게 맞다는 생각이 드는 건 좀 심할까요?
작가라는 직업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전보다 얕은 고민과 연구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독자에 대한 일종의 배임행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 그런 건지요? 특히 시나 에세이 류의 글을 쓰는 사람에게 더욱 그게 느껴집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라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이번 박준 시인의 작품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는 전작보다 얕은 고민과 탈고속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문단으로 마무리되는 시들이 많고 작품을 2,3번 읽어도 작가의 정서를 어떻게 작품으로 포장하려는 노력보다는 본인의 막연한 정서를 대충 풀어놓고 던져버린 느낌이 듭니다. 박준 특유의 색감을 기대하는 독자는 더 깊은 심해로 안내해주길 원했건만 왠지 자신의 이름이라는 브랜드로 독자에게 그 몫을 맡겨버리고 손을 놓은 느낌이랄까요. 작가를 위시한 셀럽지망생이 넘쳐나는 요즘 또 하나의 훌륭한 자질을 가진 작가를 잃지 않길 바랍니다.
이석원 작가의 신작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은 그보다 더 심합니다. 정말 인스타에서 떠돌아다니는 감성글 수준의 작품이 얼마나 많던지...설마 제 생에 제가 산 책을 끝까지 안읽고 팔아버리는 경험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그것도 <보통의 존재>,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라는 에세이류의 차별성에서 정점을 찍은 작품을 출간한 베스트셀러의 작가를 말입니다. 출판사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억지로 출간한 것이 아닐지 의심이 들 정도로 책의 주제와 깊이에 큰 의문을 준 작품입니다. 이석원의 브랜드에 큰 해악을 끼친 작품으로 앞으로 그의 작품을 구매할 때 매의 눈으로 관찰 후 사야겠다는 다짐을 느끼게 한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비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