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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poty Dec 10. 2023

물에 뜨지 않는 나

아무튼, 다이어트


물안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는 상상만 해도 좋다가도 막상 앞에 서면 물에 뜨지 못한다는 사실에 잠시 머뭇거리곤 한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수영장을 놀러 갔을 때, 다들 풍덩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가도 가볍게 떠올랐는데 그다음 차례인 나는 마치 큰 배를 정박할 때 던지는 닻처럼 그칠 줄 모르고 가라앉던 그 느낌이 아득했다.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깊은 물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겁을 먹게 된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물에 들어가는 순간 상상력이 풍부한 나는 깊은 바다가 아니고서야 상어나 해파리가 나타날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발생할 모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의 수렁에 빠져버린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오사카에 가면 “죠스”라는 놀이기구를 탄 적이 있는데 가이드가 일본어로 설명을 하지만 꽤나 그 상황에 과몰입되어 생생하게 크루즈를 타고 상어 관광을 하러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멀리서부터 등 지느러미를 반쯤 내보이며 어슬렁 대는 상어를 볼 때부터 시작해 점점 가까워져 배를 먹먹어버릴 듯 기세로 입을 쩍 벌리며 등장한 플라스틱 죠스를 보고 그곳에 있던 누구보다 자지러져 버린 사람이 바로 나였다. 끝나고 나와서 민망함은 나의 몫 이었지만. 


어렸을 때 물에 빠져 이러다 하마터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협감을 느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물이 나를 젤리처럼 감싸 안아 지지해 주는 것 같다가도 중력이 사라진 것처럼 내 몸을 내가 어쩌지 못하고 허우적 대지만 계속 가라앉는 기분. 바다에 아무 생각 없이 풍덩 빠지고 싶다가도 안전한 수영장을 택해버리고 마는 나. 


그래도 운동으로서 물을 활용한 스포츠는 칼로리를 태우기엔 최적임은 부정할 수 없다. 운동 자체를 늦게 시작해 현재로선 육상운동 하나라도 잘하자는 마음이지만서도 기회가 된다면 나이를 지긋이 먹어서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편에 미뤄두고 있다. 운동도 한 스텝씩 나아가지 않으면 가랑이만 찢어지는 꼴이 나지 않을까, 몇 가지는 경험 삼아해 보며 우선 물과 조금씩 거리를 좁혀나가고 익숙해지다 보면 나도 여러 수중 스포츠를 하고 있지 않을까 꿈꿔본다.


수영을 할 줄 아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바로 못한다고 대답하고 만다. 사실 나의 특기는 배영이다. 그렇지만 배영을 잘한다고 말하는 것이 왠지 편법을 쓰는 느낌이 들어 쑥스러워 못한다고 무마하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수영을 하며 이것 또한 나의 선입견일까라고 생각이 든 일이 있었다. 남자친구는 자유형은 몇 번이고 레일을 반복하며 배영은 얼마 가지 못해 물에 가라앉고 말았다. 어쩌면 수영이 자유형도 못하면서 배영을 한다는 순서에 치중하기보단 배영이라는 한 종류를 잘한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또 배영은 물을 매트리스처럼 베고 눕는 느낌의 수영이다. 그래서 어쩌면 한국인에게 최적의 수영이 아닐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허리중심부에 물이 지지해 줄 정도로 적당한 힘을 주고 누워 하복부에 코어힘을 모으고 다리를 흔든다. 나의 경우 엉덩이를 양옆으로 같이 흔들어 주는 게 다리만 흔드는 것보다 좀 더 큰 추진력을 만들어줬던 것 같다. 언젠간 자유형도 배워 사람들에게 ‘저 수영 잘해요!’는 아니더라도 ‘저 수영할 줄 알아요’ 정도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꿔본다.


번외 : 카누 / 패들보드는 최근에 내가 익히게 된, 물을 사용하는 스포츠 중엔 굉장히 정적인 축에 속한다. 좋아하게 된 이유는 곡예를 부리려고 하지 않는 이상 물에 빠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양평의 동동 카누를 타러 간다. 사람이 많이 없다면 거의 무제한으로 탈 수 있게 내어주시는 사장님의 아량에 열심히 노 저어 탐험가처럼 강 끝까지 가보기도 하고 카누 위에 누워 둘러싸인 산이 내 것 인 것 마냥 물에 카누를 맡기기도 한다. 머리를 비우고 흘러가며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는 그 느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쓰다 보니 나는 그냥 누워있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울산에 자주 놀러 갈 땐 태화강에서 SUP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패들보드를 배웠는데, 어쩌다 대회까지 나가게 되곤 했다. 자그만 대회라 여성 성인 참가자는 6명에서 4등을 했는데 그 마저도 2등이 실격해 나름 3등을 하게 되어 상금까지 받았다. 얼떨떨했지만 기쁨은 감출 수 없었다. 패들보드는 카누보단 좀 더 전신 힘을 써야 되는 활동이다. 그래서 2시간 정도 타다 보면 실제 효과는 모르겠지만 나름 근력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해가 지는 시간 좋은 스폿에 패들보드를 타고 가서 보는 일몰은 뿌듯함과 장엄함 그 사이 어딘가, 정말 추천하고 싶은 SSF(Spring, Summer, Fall) 시즌 스포츠이다. 그 밖에도 서핑, 스노클링 등 다양한 스포츠가 있겠지만 아직 글을 쓸 만큼 경험하지 못해 이만 마무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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