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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ypoty Sep 21. 2024

애매함을 견뎌내며 살아가는 일

아무튼 다이어트 


인생은 어찌 보면 애매함의 연속이다. 이 애매한 순간을 어떻게 견뎌 발전하느냐, 견디다 못해 포기하느냐 보통 두 개의 길로 가닥을 짓는다. 남들은 으레 그 정도면 괜찮아,라며 다독여주지만.. 정말? 내 눈엔 나의 모든 것이 늘 애매-해 보일 뿐이다.  옷을 입어도 애매한 핏, 애매한 몸매 라인, 애매한 생김새(애매하지 않았다면 연예인이 됐으려나), 애매한 노력에 따른 애매한 결과. 


왜 나에게만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믿기지 않는다며 억울해하다가도 곰곰이 되짚어보면 결국 애매한 인풋이 있었기에 도출된 아웃풋인 것이다. 가끔 여유가 있을 때면 나는 이런저런 희망회로를 돌리며 망상 속에서 허우적 대는 걸 즐긴다. 몇백 가지의 시뮬레이션만 돌리다 결국 정신력이 동 나버릴 때쯤 현실로 돌아오길 반복하기 마련이지만. 이런 레퍼토리 또 한 번 이 애매함에 안주하게 만든다. 애매한 반응, 애매한 나이, 애매한 성적, 애매한 연애.. 이 많은 애매함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 서서히 옭아맨다. 애매함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음에 두 발짝 가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모여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널뛰기를 해야 겨우 따라잡을 수 있는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진다. 역시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내 상황이 좋아서라기보단 경험을 통해 이 애매함을 넘어서기엔 뼈를 깎는듯한 고통과 노력이 수반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행동으로 나아가는 목전에서 다시 한번 그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인지 면밀히 재점검한다(이 꼼꼼함을 다른데 썼다면..). 일을 그만두고 남는 건 시간뿐인 상황이 온다고 가정해 보자. 종종 지금 하지 못하는 일을 과연 그때는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직접 해본 관점에서는 90% 시간 여유가 주어졌을 때 올라가는 능률은 10% 수준이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회사라는 좋은 핑계가 있어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아니 그중에서도 나는 안 좋은 쪽에서 이 애매함을 견디지 못한다. 애매한 배부름을 견디지 못해 멈추지 않고 그만-이라고 소리칠 정도로 먹곤 했다. 애매한 공부를 견디지 못해 안 했다, 애매한 관계가 싫어 미리 끊어버리거나, 너무 급발진해버린다던가, 애매한 머리길이를 견디지 못하고 잘라버린다던가, 애매함으로 인한 악순환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인생은.


특히 운동을 시작하면 이 애매한 것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마음을 어지럽힌다. 처음엔 약간의 재미와 운동을 하며 받는 응원, 개운하게 흘리는 땀과 모처럼 가볍게 느껴지는 몸 상태 등 모든 것이 나의 운동을 응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운동을 하니까 더 울퉁불퉁해지는 살,  늘면 늘었지 줄지 않는 몸무게들이 내 눈에 보일 때마다 이때만을 노린 듯 쫓아오는 자괴감. 결국 의학의 힘을 빌릴 수 밖엔 없는 건가 다이어트 약을 검색해 보지만 대가를 받은 것 같은 리뷰의 행렬들, 휘향 찬란한 이름들의 시술들, 결과는 탁월한 것 같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 있을지 모를 부작용, 10, 20kg를 뺀 사람들은 어떻게 뺐는지 보다 보면 안 빠질 수가 없는 식단과 운동량이다. 독하다. 독해도 너무 독하다. 결국 이 비루한 몸뚱이는 애매한 독기로는 변화할 수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클래식은 변치 않는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야 살이 빠진다는 것은 단순히지만 명확한 진리다. 겨우 다잡고 운동을 이어가 본다. 3개월 정도 되면 운동을 하고 보상심리로 입에 음식을 욱여넣던 순간들은 지나가고 근육이 붙으니 살짝 더 욕심이 난다.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선 운동을 하기 위해 음식량을 줄여 나간다. 그럼에도 가끔의 폭식은 막을 수 없지만 그런대로 운동하는 생활에도 정착하고 나만의 루틴도 생긴다. 어깨라인도 좀 보이는 것 같고 거울로 보는 옆라인에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도 좀 들어간 것 같다. 약간 들뜬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라섰다. 심호흡을 하고 떨리는, 살짝 기대되는 마음으로 질끈 감은 눈을 떠본다. 누군가 내 기를 죽이려고 작정했는진 모르겠지만 또 몸무게가 늘어나있는 기이한 현상을 봐버린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는 멀어졌다고 생각했건만 더 애매함의 늪에 빠질 뿐이었다.


나는 목표를 다시 되돌아봤다. 결과지향적인 목표가 자꾸 나를 애매함의 늪에 더 빠지게 하는 게 아닐까? 정확한 원인을 찾고 나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목표의 주체를 바꾸고 나니 더 이상 애매함의 늪에 발목 잡히지 않게 되었다. 지금도 확실히 애매함에서 벗어났다고 단언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애매함이 나를 실망시켜도 개의치 않고 그저 그냥 계속해 나간다. 나는 큰 마음을 먹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목표들을 세워갔다. 다만 애매함을 벗어날 수 있었던 사소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결과보단 과정의 목표에 집중한다 (몇 kg 감량 보단 매일 윗몸일으키기 30회 등으로 목표를 세운다) 

2. 인스타그램은 지워버린다 특히 비교는 금물이다

3. 몸의 한계를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양의 80%부터 시작한다. (한 번에 과다하게 보단 다치지 않는 선에서 개수를 늘려간다. 큰 맘을 먹지 않고도 해 낼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 메타인지를 늘리자

4. 생각을 멈춘다. (왜 운동을 가야 하는지, 잠을 더 자는 게 낫지 않을지 따위의 생각은 버린다)

5. 운동할 땐 무조건 핸드폰은 가까이하지 않는다 

6. 남의 응원에 우쭐하지도, 무시에 기죽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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