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영어를 공부하는 중이고, 5년째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영어공부 여정의 시작은 중학교 시절 펼쳤던 해리포터 영어원서였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덕후였던 저는 원서가 번역되는 시간을 기다리기가 힘들어 엄마를 졸라 영어원서를 처음으로 구매했습니다. 호기롭게 펼쳤던 책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게 저의 시작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책과 텍스트들을 읽고 싶어서
손에 잡았던 영어.
그래서일까요?
저는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영어와의 만남이 즐겁기를 바라고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자기 안의 세상을 넓혀갔으면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영어교육업에 뛰어들어 어느새 5년이 되어가네요.
아이들이 즐겁게 학습하며 자연스럽게 배우는 영어교육을 꿈꾸며 현장에서 고군분투했습니다. 아이들이 한국어인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처럼 어떻게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을까? 이 비밀을 꿰뚫고 싶어서 매년 수백만 원의 세미나를 듣고 교재를 연구하고 연구를 찾아보며 교육을 해왔습니다.
100명 중 1명의 실력자를 만들어내는 교육이 아니라,
누구나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변화할 수 있는 교육.
그래서 어떤 아이에게나 적용했을 때 수준 높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수많은 아이들을 만날수록
교육에는 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정답'이란 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특별한 존재이고, 영어라는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시기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겪어나갑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어려움을 잘 포착하고, 필요한 단계에 맞는 것들을 가이드해주는 일이더군요.
저는 모국어 습득원리에 기반해 영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표영어 잠수네 영어라는 키워드로 유명한 영어습득원리에서 중요한 것은 모국어가 자리 잡기 이전에 충분한 '영어소리노출'을 시작하는 겁니다. 아이들의 귀가 말랑말랑할 때 약 3000시간의 영어소리를 노출시켜 주면 원어민처럼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 모국어가 자리 잡은 고학년 친구들은 어떨까요?
<영어교육에 정답은 없지만> 브런치북을 준비하면서 이런 메모를 써 두었습니다.
영어교육의 시작시기는 중요할까요?
모국어가 자리 잡기 이전인지 이후인지에 따라 영어에 접근하는 방법은 달라야 합니다.
그리고 지난주,
저는 다시금 영어교육에 정답은 없다는 걸 아이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3년 전,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저희 학원에 처음 온 수빈이의 이야기입니다. 4학년에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수빈이는 거의 2년을 읽기 유창성을 기르는데 투자했고 올해 6학년이 되면서 '말하기' 보다는 높은 레벨의 원서를 읽고 이해하고, 문법 규칙에 맞춰 문장을 써 내려가는 것을 목표로 함께 공부하는 중입니다.
금요일에는 저희 학원에서는 게임을 통해 다양한 문장과 문법 개념들을 학습하는 수업이 진행됩니다. '게임'을 활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가 아니라 놀이처럼 느껴서 수업 내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날입니다.
그리고 지난주, 이 수업에서 수빈이가 영어로 말을 계속하더군요. 게임에서 필요한 색깔이 나오기를 바라며, 원하지 않는 숫자가 나왔을 때는 속상해하며, 영어로 30분 내내 말을 조잘조잘 떠드는 모습을 보며 저는 많이 놀랐습니다.
저학년 때부터 함께 공부한 친구들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할 수 있지만, 4학년이 되어 시작한 친구들은 듣고 말하기보다는 중학교-고등학교에서 영어가 편할 수 있도록 읽기에 집중해 왔습니다. 사실 이 생각의 한편에는 초등 저학년 친구들이 하는 것처럼 유창하고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수빈이는 보기 좋게 제 생각을 날려주었죠. 늦게 시작해도 자연스럽고 즐겁게 말하게 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 애는 잘하고 있나요?
왜 다른 친구랑 영어책을 다른 걸 읽나요?
영어를 처음 배우지만 6학년이면 문법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이가 너무 느린 거 같은데, 괜찮을까요?
자녀들을 교육하다 보면, '정답'을 찾고 싶어 지곤 합니다. 아이들의 성향이나 학습 속도보다는 다른 친구들의 기준이 중요해지곤 하죠.
영어 학습자이면서 동시에 교육자로서
어떻게 공부해야 해야만 합니다,라는 정답은 없지만
아이들이 지나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요소들은 있습니다.
'정답' 없는 영어교육의 여정에서
배움의 과정이란 건 각자만의 최선의 정답을 찾아가는 길이 아닐까요.
그리하여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영어교육에 정답은 없지만' 브런치북을 통해
교육현장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배운 것들,
영어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보려 합니다.
혹시 영어공부, 자녀 영어교육에 고민을 나눠주시면
더욱 도움이 되는 글을 작성할 수 있을 거 같아요.
https://forms.gle/YxMX8GWb4ZRi5xE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