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iya Jan 03. 2023

슬기로운 목차 공부법(1)

직춘기 진행 중_2

  2022년에도 열심히 자격증 공부를 했다. 2022년의 성과라면 신용관리사, 회사 내 업무 관련 자격증, 신용분석사 1부 부분 합격이다. 2부는 2점 차이로 동시 합격하지는 못했다.


  '직춘기'라는 말을 할 정도로 여러모로 힘들었던 한 해였다. 남들이 겉으로 보기엔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차마 다 말 못 할 인간관계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자신감과 집중력도 떨어졌고, 일에 대한 회의감까지 밀려왔었다.


  결국 돌파구는 시험이었다.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괴롭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지만 결과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을 몇 번이나 다잡았다.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끊임없이 불어넣고, 합격이라는 긍정적인 목표를 향해 다시 한번 몰입하는 순간들이 좋았다. 두꺼운 책을 몇 페이지로 요약해 정리하는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그렇게 뽑아낸 키워드가 연습 문제에 나올 때면 희열도 느꼈다. 그렇게 시험을 치르고 나면 허무함이 밀려온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막상 시험이 끝나고 빈둥대는 나 자신이 너무 나태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을 확인할 때의 기쁨도 그 순간뿐, 돌아보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 그 자체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시험공부를 하다가 구글에 '시험이 존재하는 이유'라는 문구를 검색해봤더니 여러 글들이 나왔다. 쭉 읽어보는데 어라? 알고 보니 내가 쓴 글이었다. 내가 썼던 글인 줄도 모르고 다시 읽었는데 당시 나의 생각이 글로 남아 있다는 것이 좋았고, 또 뭔가 귀엽기도 했다. 2019년이나 2022년이나 여전히, 아니 2016년 입사 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시험공부를 하는 현실이 놀랍기도 했다.


  어쨌든! 시험에 대한 넋두리를 적으며 동기부여를 한 과거가 있음에도 여전히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다잡는 것이란 참 힘들다. 올해는 몇 가지 성공적인 일탈(?)을 통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시험 합격 후기를 검색해보는 것이다. 광고글만 잘 걸러낸다면 합격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알 수 있다. 특히 신용관리사 시험의 경우 2019년에 무턱대고 산 교재로 시험을 준비하려니 정말 막막했는데 합격 후기를 검색해 본 덕분에 정말 빠른 지름길을 알 수 있었다. 공부하면서 짜증이 날 때는 비전공자지만 고생해서 합격의 열매를 맛봤다는 후기를 반복해서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


  두 번째로 공부 vlog를 보는 것이다. 남들이 공부하는 걸 왜 영상으로 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정말 큰 자극을 받았다. 의대생이 잠과 휴식을 포기하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공부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에서 깔끔하게 정리된 필기 자료들을 보는 것이다. 깔끔한 필기를 보며 나도 저렇게 내용을 요약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요약정리 방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시험이 끝나면 나도 저런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해볼까도 싶었는데 아직 단 한 번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지만 나는 시험공부 때마다 늘 함정에 빠지곤 한다. 학창 시절부터 쌓여온, 그리고 취업 이후 자격증을 준비하며 검증된 나만의 공부 방법이 버젓이 있는데도 늘 공부 방법에 대한 함정에 빠진다.


  우선 나의 공부 방법은 이렇다. 손글씨로 노트 혹은 아이패드에 필기하는 방법은 2개월 이상 장기 프로젝트에 사용하고, 손글씨로 A4용지에 깨알 같이 적는 방법은 그 장기 프로젝트 시험을 복습하며 요약 자료를 만들 때 사용한다. 손글씨가 아닌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는 방법은 1개월 이내 단기 프로젝트 때 사용한다.


  그런데도 늘 이 공부 방법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아마도 손글씨로 필기하는 것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큰 것 같다. 손으로 글씨를 쓰면 기억에 더 잘 남는다는 말, 이른바 '적자주의'라고 적어야(필기해야) 된다는 말, 연필의 사각거림이 집중력을 증가시킨다는 말을 학창 시절부터 들어왔다. 거기에 만년필의 감성을 더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더해지면서 모든 공부를 손글씨로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막상 시작하면 진도도 얼마 나가지 못하고, 오랜만에 펜을 잡다 보니 손도 아파온다. 글씨도 마음에 안 들어서 종이를 찢고 처음부터 다시 적기 시작한다. 이렇게 매번 악순환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얼마 끄적이다가 만 자료들이 각 시험별로 있다.


  드디어 이번에 절충안을 찾았다. 바로 목차 공부법이다. 키보드 타이핑의 편리함과 깔끔함을 살리고, 손글씨를 꼭 반듯하게 쓰지 않아도 된다는 강박관념을 낮춘 방법이다. 아이패드를 활용해 필기했는데 공부하면서도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합격이라는 결과까지 따라왔으니 검증도 됐다. 이 글은 언젠가, 아마도 내년에 또다시 시험공부를 하며 혼란스러워할 나를 위해, 공부 방법을 찾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남기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춘기'가 분명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