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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연 May 14. 2023

생존수영 선행학습

날 닮은 아들을 위하여

꼬맹이 시절 아이와 어디를 가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큰 놀이터에 ‘바닥 분수’도 있다는 핫플에 데리고 갔다.

모든 아이들의 환상의 공간이라는 ‘바닥분수’를 보자마자

우리 아이도 냅다 뛰었다.

“와아~~~”

에 뒤이은 끼익-.

한 두 번 그 주변을 어물쩍 거리며 들어갈 걸 고민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솟구치는 물에 깜짝 놀라 그 뒤로는 바이 바이.

관심 없다는 듯 바로 뒤를 돌았다.

그 뒤로는 ‘바닥분수’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당시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그 후로 살펴보니 물이 솟아오르면서 물에 맞을까 봐 무서웠던 거다.

(현재 8세로 친구들이 있으면 그나마 주변에서 놀기는 한다)


내가 수영을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들의 물 ‘공포증‘도 있다.

꼬꼬마 시절,

애기 말투에 말보다는 동작이나 표정등으로 감정을 먼저 말하던 시절에도,

우리 꼬맹이는 물을 무서워했다.


얘는 정말 무서워하는구나. 

나 때문일까?

이런 엄마병은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데, 

덕분에 내가 인간이 되어 가고 있긴 하다. 

내가 수영을 하다니!


아이의 초등학교는 매우 드물게도 교내 수영장이 있다. 

입학식날 교장선생님은 아주 자랑스럽게

우리 학교는 초1부터 생존수영을 실행한다고 하셨다. 

(원래 초3부터다.

아이들의 생존을 위한 수영강습으로 반은 논다 ㅋㅋㅋ)

엄마 동공지진... 생존수영을...?

처음에는 막연히 물도 무서워하는데 학교에서 하면 좋겠다 싶다가

우리 애는 아직도 혼자 씻지도 못하는데?!

발등에 불 떨어졌다.


그래서 떠난 생존수영 선행학습!!

내가 수학 선행은 안 시켜도 생존 수영 선행은 시켜야 하는구나!

게다가 아들이라 내가 데리고 다닐 수도 없으니, 

아빠가 쉬는 날 해당 수영장으로 모두 자유수영을 떠난다!

아빠가 탈의실에서부터 샤워실, 

수영장 에티켓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수영장에서도 아빠 타고 놀고 있다. 

(아빠는 수영 잘하는 나와 태생이 다른 존재.

생존 수영을 진행하는 수영장이라 80cm 수심의 

아이들을 위한 레인이 따로 있다. 

초급 레인은 바로 옆 레인이다.

대부분 이 얕은 수심의 레인은 비워져 있고, 

아이들이 있으면 보통은 어른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 말고도 부모님들이 직접 아이들 수영을 가르치려고 많이들 왔다. 

덕분에 우리 아이도 편한 분위기에서 수영장과 수영장 에티켓에 익숙해지고 있다. 

당장은 혼자 샤워기 물을 맞으면서 할 수는 없겠지만, 

점점 더 시도하는 기회와 사용하는 시간이 늘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내가 아이를 낳고, 

33년 동안 먹지 않았던 버섯을 먹었을 때

고등학교 친구들이 물개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드디어 네가 인간이 되었구나!" 라며.

아이를 낳고 

책을 읽고, 버섯을 먹고, 가지를 먹고, 요리를 하며, 수영을 한다. 

이런 변화들이 우리 아이에게는

이 세상에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라도 

적어도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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