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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연 May 22. 2023

나는야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

운동은 휘연을 빛나게 해.

수영을 다녀와서 밥을 먹다가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내일의 내가 기대되고, 다음 주의 내가 기대되고, 다음 달의 내가 기대되고, 내년의 내가 기대되었다.


다음 순간의 내가 기대되는 황홀감을 느꼈다.

39년 동안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던가?

지금 상황이 어떻든 간에

다음 순간의 내가 어떨지 너무 기대돼서 설렜던 적이 있었던가?


한 달 하고도 이제 3주 된 수린이는

호흡이면 발차기며

자유형이며 배영이며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못하는 게 당연하고,

그래도 연습하면서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까

그게 어디냐 싶은 마음이다.

사실 물에 들어가서 두려워하지 않고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하고 재밌고 감사하다.

이제껏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심지어 자유수영도 가면서

즐겁게 다니고 있다는 거 자체가 나에게는 엄청난 일이라서 그런가?


하고 있던 일이 극적으로 달라져 생활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학생 모집은 힘들고

잠은 너무 많이 자고

읽어야 할 책은 넘쳐나며

벌려놓은 일들을 수습해야 한다.

이렇게 보니 나아지긴커녕 오히려 더 힘들고 바빠지고

수습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를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그 어떤 때보다 내일의 내가 기대된다.

명상을 그렇게 하면서도,

심리 상담을 그렇게 받으면서도,

책을 그렇게 읽으면서도,

모임을 그렇게 진행하고 참가하면서도,

일을 그렇게 많이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그래, 이런 감정을 ’ 벅차오른다 ‘고 하는 걸까?

큰 감격이나 기쁨으로 가슴이 몹시 뿌듯하여 오른다

국어사전의 풀이 대로

요즘 나는 종종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런 생각이 너무나 신기했다.

늘 자기혐오와 패배주의자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실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그 늪이 늪이 아니라 맑은 물이었던 모양이다.

그걸 보지 못하고 밑으로 끌어당겨진다고,

수렁에 빠졌다며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면서 현실을 보지 못했던 걸까?

그 안에서 유유히 움직이는 건 아직 안 되더라도,

덜 허우적거리면 몸이 뜬다는 건 아니까

조금은 둘러볼 여유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극적인(?) 변화가 일시적인 것일지,

아니면 정말 내 인생을 바꿔놓을 엄청난 사건이 되어줄지는 

아마 3개월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3개월이 고비라고 하던데, 

다음 달이 바로 그 3개월 차.

하지만 다음 달은 매일반을 등록해 

좀 더 강습받고 연습하려고 계획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변화가 

정말 수영이라는, 

나에게 찰떡같은 운동을 찾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숨어 지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제껏 내가 쌓아온 것들이 

수영이라는 트리거를 만나 뿜어져 나오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전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요즘 나는 나도 모르게 더 많은 감사의 말을 내뱉던지 속으로 되뇌고 있으며, 

그게 뭐든지 간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그 어떤 때보다 많이 하고 있으며, 

내가 성장할 거라는 엄청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곧 사그라드는 불꽃이 될지도 모르지만, 

작은 초를 만들어서 불을 밝히더라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ㅎㅎ


시간이 좀 더 지나버리면 이런 느낌을 잊을까 봐, 

결코 쉽게 인간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스스로에 대한 약간의 불신이 남아 있어

꼭 요즘의 기분을 글로 남겨 놓고 싶었다. 

수영이 재밌고, 

내가 하는 일이 재밌고, 

수영도 잘 될 것 같고, 

하고자 하는 일들도 다 잘 될 것 같다. 


어떠한 확언보다 명상보다 더 내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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