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찍
4월 수영이라는 걸,
사람 몸이 물 속에서 움직인다는 걸
내 몸이 전혀 알 수 없던 그 시간에는
자유형이라는 걸 한답시고 팔을 돌렸다간 그대로 자꾸 뒤집혔다.
가라앉는 것도 아니고 자꾸 뒤집히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던지,
혼자서 뒤집어지고 빠졌다가 일어나서는 자꾸 웃어댔다.
그러는 와중에 요상하게 자꾸 다리에 쥐가 났다.
발차기며 호흡이며 모든 게 낯선 나는
살려고 발버둥 치느라 계속 다리에 잔뜩 힘을 줘서 그런 건지
자꾸 쥐가 났다.
아무래도 39년동안 육지에서 숨 쉬고 다리 움직이는 것만 해봤지,
내 꿈이 물고기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대부분 가볍게 나서 몇 번 잡아 주면 괜찮아졌지만,
너무 심하게 난 경우에는 제대로 서지도 못해 레인 줄에 매달려 있으면
선생님이 구해주러 오기도 했다.
쥐가 난 다리가 너무 아파서 울고 싶을 때도 있었다.
수친(수영 친구) 언니 어머님이
"아직 안 괜찮구만!" 하시면서
꼭 눌러 주시는데 괜히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자유형, 배영하고 나니
평영 발차기를 하면서 또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왜 때문에 수영하는데 종아리 알이...?
평영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줘쒀.....
차라리 쥐가 나는 게 나을 판.
수영하다가 다칠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엄지발톱도 한 번 날려 먹었다.
물속 스타트를 알려주셔서 연습하는데,
(무엇 하나 단 번에 하게 되는 건 없다.
다 각각의 연습이 필요하다!)
발로 벽을 차다가 발톱으로 잘못 찬 건지
발톱이 순간 들리고 피 철철.
우와.. 발톱 전체에서 이렇게 피가 나는 건 또 첨 보네.
다행히 많이 아프지도 않고,
바로 꽉 눌러 잡아줘서 그런지 그 자리에 잘 고정되어 있다.
지금은 길어 나오는 거 잘라내며
하얗게 죽은 부분들이 얼른 다 길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
뭐든 움직이면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여야 하는 거구나.
수영을 하며 느낀 건,
이전에 몸을 움직인 적 없던 사람인지라,
정말 내 몸을 못 쓸 줄 모른다는 거다.
필라테스나 헬스랑은 또 달라 움직일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힘 들어가는 것도 어렵구나 느꼈다.
내 몸이지만 39년 동안 내 몸이라 생각하지 않고
내버려 뒀던 대가 치고는 저렴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라도 많이 많이 써줘야지.
이제까지 나는 참 평탄하게 살아왔다.
크게 다친 적도,
크게 문제가 생긴 적도,
크게 절박해 본 적도.
그 이유는 철저히 준비하고 착착 생각대로 잘 해냈기 때문이면 좋겠지만,
그저 안 움직여서다.
움직일 줄 몰라서,
움직여야 되는지 몰라서,
움직이고 싶지 않아서
그저 가만히 있기만 했고,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지금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아니지만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자유형도 할 줄 알고,
배영도 할 줄 안다.
종아리에 알이 생기고 있지만 평영 발차기와 팔도 같이 하고 있긴 하다.
앞으로 많이 안 나가서 그렇지 움직이고 있긴 하다.
내가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 가는 중이길 바란다.
그렇다, 나는 지금 움직이는 걸 연습하고 있다.
무엇 하나 연습 없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고,
연습을 하고 신경을 쓰면 가능해진다는 걸 배우고 있다.
내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움직이고
돌아볼 수 있는지를 배우고 있다.
걸음마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돌쟁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