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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연 Apr 20. 2024

자유형 3천 미터 60바퀴 돌기

뺑뺑이

종종 수영카페에서 3천 미터를 달성한 이야기를 보면,

와 저게 무슨 수치야…

저런 숫자가 나올 수 있다고?!

신기하다…

하며 먼 우주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런 내가 호흡 트이고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게

바로 이 3천 채우기.

13개월 차에 이 3천을 달성했다.

비록 자세도 엉망이고,

속도도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쉬지 않았고,

부담 없이 해냈다.


작년 4월에 25미터는커녕 10미터도 못 가고

킥판에서 뒤집어지던 나로서는

무척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3천을 쉬지 않고 돌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나는 워치에 3천이 한 번에 돈 걸로 찍혔으면 좋겠다.


1. 아가미

당연히 호흡이 트여 있어야 한다.

우리끼리 말로 아가미 장착 필수.

사실 호흡이 안 트여 있다면

3백도 힘들다….

나는 3백이 뭐야…

3바퀴인 150도 힘들었는데..

내 심장 터지지 않았구나 ㅋㅋㅋㅋ

2. 적당한 속도

이번 3천 달성 평균 속도가 1분 17초였다.

연수반 분들 웜업으로 도는 속도가 1분 5초가 안 되는 걸 보면

상당히 느린 편이다.

그래서 오늘도 발터치를 여러 번 당했다.

그럴 때마다 레인 끝에 도착하면 서서 보내드리고

바로 뒤쫓아 따라간다.

워치 기록상으로 2번 멈춘 걸로 되어 있다.

추월해 가시면 내가 레인에 바짝 붙어서 더 천천히 가기도 한다.

어쨌든 혼자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 속도는 되어야 한다.

그게 안 돼서 오늘 한 번에 3천을 돌 수 없었다.

3. 황제 레인

2번과 비슷하게 이번에는 너무 느린 사람이 앞에 있을 경우다.

나를 추월하거나 발터치하신 분도 그렇겠지만,

너무 느린 사람이 뺑뺑이를 돌고 있다면

그것만큼 답답한 경우가 없다.

한참 멀리 먼저 보냈다가 기다려서 가는데도

결국 따라잡기도 했다.

추월하려고 하다가 내가 잘못해서

그분께 피해도 드리고ㅠㅠ


정말 혼자 레인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4. 음악

호흡이 터지기 전에는 노래를 듣고 있어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노래가 뭐야…

내 숨소리 밖에 안 들림 ㅋㅋ

하지만 뺑뺑이를 돌면 돌수록

잡생각이 많은 편이긴 해도

노래가 없다면 무척이나 심심하고 지루할 것 같다.

나라면 계속 몇 바퀴인지 세다가

잘 못 세서 엉뚱한 숫자를 이야기하다가

딴생각을 하다가 그러고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머리를 비우고

움직임에 집중하기 위해 노래가 필요한 것 같다.


5. 목표에 대한 집착

사실 뺑뺑이를 돌 줄 아는 사람들은

뺑뺑이를 돌지 않는다!!

왜냐!!

돌 필요가 없으니까!!

나의 경우 호흡 트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살을 빼기 위해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서

뺑뺑이를 돌고 있다.

아직은 한 번에 천 돌기, 이천돌기, 삼촌돌기 같은

목표가 있어서 더 즐겁다.

이런 것들을 다 하고 나면 오히려 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너무 힘들어도

저기까지만 가보자,

저기서 다른 목표도 찾아보자,

하는 기점을 만들어 보면 재밌다.

(나만 그런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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