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카페가 끝나고 난 뒤 시작된 이야기

Step 9. 생일 카페 마무리

by El Fanatico

8월 1일 17시, 생일 카페가 마무리되었다.


목표 초과 달성. 세트 특전으로 준비했던 틴케이스는 70개보다 더 많은 개수가 필요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100명보다도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2개 산 사람도 있을 것이라, 수량은 온 사람 수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았지만 음료 특전(세트 특전에 포함된 음료 포함)의 판매 수량은 110개를 넘겼다.


틴케이스 70개로는 당연히 부족했다. 특정 사유로 인해 2개 정도 판매하지 않고, 68개를 준비했는데 이미 영업 종료 수 시간 전에 동이 났다. 이제 지급할 틴케이스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 대안을 준비해야 했고, 럭키 드로우로 배정되어 있던 키링을 세트 특전(쿠키 특전)으로 전환했다. 생일 카페 주인공의 SNS 등에서 가져온 인화 사진이 넉넉하기도 했고, 럭키 드로우에서 키링을 뽑은 사람들이 예상보다 적었기에 가능했다. 그 이후 세트 특전을 구매한 사람들은 틴케이스를 받을 수 없게 되었지만 럭키 드로우에서 당첨되어야 받을 수 있었던 키링을 확정적으로 받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이 더 많이 와서 기본 특전으로 준비한 100개 분량의 포장 세트 역시 다 팔렸다. 종이컵, 엽서 등을 포함한 각 특전 구성은 넉넉하게 준비해서 문제가 없었으나, 포장 역할을 하던 지퍼백이 다 떨어졌다. 혹시나 해서 OPP 필름을 가져온 게 다행이었다. 남은 포장은 OPP 필름으로 갈음하였다. 심지어 세트 특전으로 자리를 옮긴 키링도 다 떨어져서 세트 특전은 총 80개 이상의 기록으로 판매 종료되었다. 그 대안으로 음료 특전만 사도 럭키 드로우를 할 수 있게 설정했다. 운영이 마감되고 마지막 손님이 찾아올 때엔 그마저도 없어서 남아 있던 여분들을 모아 드리는 상황마저 있었다.


이 생일 카페는 매우 성공한 오프라인 이벤트였다. 흥행했다. 그럼에도 엄밀히 말하면 수요 예측은 실패했다. 이렇게 팬들이 많이 올 줄 몰랐다. 그나마 주변에서 이 생일 카페의 수요를 예상한 것보다 더 낙관적으로 수요를 예측했고, 결과적으로 매우 낙관적인 데이터로 생각하여 진행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만큼 여러모로 운도 좋았고, 무엇보다 생일 카페 주인공 덕이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생일 카페에서 종종 이 상황이 벌어지고, 너무 심각하지 않으면 많은 분들께서 용인해주신다. 이번 생일 카페에서도 틴케이스를 못 받아서 아쉬워하던 분들이 계셨지만, 대안도 있었고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음의 짐이 있었지만, 이 문제들이 생길 것에 대비해 이번 생일 카페에서 디테일한 대안을 마련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생일 카페에서 으레 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쌓인 경험을 살려 온열 질환 방지 대책처럼 팬들이 불편해하고 어려워 했을 상황을 적절한 대책으로 막을 수 있었다. 생일 카페를 사전에 홍보하면서 남은 포도당 캔디가 도움을 주었다. 그것을 들고 올 생각을 했던 것도 나중에 되돌아보면 스스로가 꽤 신기했다.


특전 수량을 넉넉하게 준비하고, 혹시나 했던 대안에도 플랜B를 마련했었다. 그 플랜B를 세우면서도 다양한 것들을 준비했다. 선보이지 못해 아쉬웠지만, 플랜A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플랜B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플랜B로 준비한 것 중에서 일부를 보여주게 되었다. OPP 필름, 인화 사진, 디피용으로 필요했던 더 많은 공식 MD 상품. 심지어 마스킹테이프도 진작 제작했지만 선보이지 못했었다. 적은 비용이나 이미 있는 자원으로 최대한 많이 준비했었고, 그 덕에 문제가 생겨도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언젠가 그 플랜B로 준비했던 것들도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스킹테이프도 제작했으나, 사용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 생일 카페 이벤트는 끝났고, 가져온 그 플랜A와 플랜B는 모두 다 정리해서 집으로 가지고 가야했다. 이미 많은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줬음에도 집에 들고갈 짐이 어마어마했다. 그래도 정리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 생일 카페에 찾아왔던 손님들이 도와줘서 빨리 끝났다. 생일 카페를 꾸미는 디피 작업은 몇 시간이나 걸렸는데, 그것을 철거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꽤 허무하기도 했다. 동시에 생일 카페 주인공이 생일 카페의 이 모든 것을 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생일 카페를 마무리했다. 그중에서도 호응이 많았던 '하랑해' 보드와 '지난달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하랑해’ 스티커를 붙여놓은 보드를 보며 더 그랬다. 그나마 팬싸인회를 가서 ‘팬싸템’으로 활용하면 생일 카페 주인공에게 그것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지만, 난 팬싸인회를 가지 않는다. 줄곧 쓰지만 금전적인 문제는 아니다. 그 문제였다면 그보다 돈이 더 드는 생일 카페를 할 리 없다. 그 돈으로 ‘팬싸’를 가는 게 더 이득이다. 보드는 철거했지만, 스티커 더미는 따로 모았다. 그럼에도 리무버블 스티커 특유의 문제와 관리 이슈로 인해 그것을 외부에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 이미지로는 남아 있으니 그건 다행이었다.


이번 생일 카페에서 ‘지난달력’도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줬다. 이 생일 카페의 목표는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생일 카페에 오지 않는 이들한테도 더 알려져서 생일 카페 주인공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여는 생일 카페에 비해서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판단했던 것도 있지만 그런 이유에서 일반적인 생일 카페와 ‘뭔가 다른 것’들을 많이 준비했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서 그 의도를 알아주셨다.


사람들이 남겨준 후기, 그리고 별도로 주신 DM 등에서도 ‘하랑해’ 보드와 여기에 말하지 않은 이유까지 포함하여 ‘지난달력’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특히 스스로 X(구 트위터)에서 감사함을 표현하는 글을 남기면서도 그래서 달력 얘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달력이라는 장치를 강조했고, 달력이 돋보이길 바란 의도가 정확하게 통했다. 많은 분들께서 이 생일 카페의 특성을 말씀하시면서 달력을 계속 언급해주셨고, 이 이야기까지 하셨다.


하연이가 봤으면 좋았을텐데.

우선 팬들도 그 달력을 가지고 싶어했고, 궁금해했다. 심지어 예약 판매를 제안하신 분도 계셨다. 하지만 이 달력은 아이돌과 회사의 자산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이 생일 카페도 그 자산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용인이 아니었다면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최대한 볼 수 있도록 X에 달력 페이지를 올렸다. 실물로는 선보일 수 없어도 많은 이들이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한 가지 결심을 더하게 되었다.


생일 카페에 사용했던 '지난달력'의 페이지를 온라인에 올렸다.


어차피 아이돌이 소속되어 있는 회사에 보내야 할 것이 있었다. 팬들이 생일 카페에서 나눠준 엽서로 편지를 써서 남겼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내야 했는데, 생일 카페를 여는 이들은 팬싸인회를 으레 가기 때문에 팬싸인회 등을 통해 줄 수 있다. 하지만 ‘팬싸’를 가지 않는 사람들은 엽서를 ‘배송’해야 했다. 그런데 그 배송편으로 생일 카페의 물품들을 전달해보는 것을 제안주신 분들이 많았다.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보내볼까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와 조율이 완전히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종 확인 없이 물품을 보내야했다. 팬들이 엽서에 적은 편지를 보고 나도 편지를 적어서 같이 보냈다. 여기에 종이컵, 엽서, 팬메이드 오브젝트, 리릭스 카드, 틴케이스, 키링, 머그컵, 스프링노트, 카드스티커, 보틀스티커를 포함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추천했던 ‘지난달력’도 같이 상자에 담아서 회사로 배송하게 되었다. 여기까지의 과정에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확인할 것이 있었지만,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확인해야 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지만, 9월에 tripleS 유닛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 콘서트 투어를 가기고 했고, 생일 카페의 주인공이 이 유닛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래서 9월 초 북미로 출국하기 전에 적어도 회사에서 그 상자를 받을 수 있게 설정해야 했다. 8월 25일에 택배를 보냈고, 회사에 8월 26일에 도착하였다.

택배를 보냈지만, 비대면으로 보낸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잘 받았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아이돌에게 원칙적으로 선물을 줄 수 없었기에 그것이 얼마나 아이돌에게 전해질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생일 카페 특전의 경우 아이돌이 생일 카페를 찾게 되면 동행하는 회사 인원이 받아가서 아이돌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것만 믿었다.


어떻게 되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엽서를 받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포함한 ‘대책없이 아이돌 생일카페를 열었다’ 시리즈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글로 외부에 기록을 남길 수 있으니까.




이 시리즈를 작성하기 시작하며 이 시리즈 내에서 각 글의 개요를 대략 정할 때 이 글은 그렇게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택배를 보내고 난 뒤, 그 다음 주에 올라온 트윗(포스트) 하나가 이 글의 결말을 바꿨다. 생일 카페 주인공이 소속되어 있던 회사에서 MD를 다루는 X 계정이 그 트윗을 올렸다.


출처 : X @modhausmerch


‘팬분들이 직접 제작해주신 생일카페 굿즈를 Modhaus Merch 공식 계정에 아카이빙해드립니다! 자랑하고 싶은 생카 굿즈가 있다면, Modhaus로 보내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받을 수 있는 주소를 표기했다. 확신할 수 없지만, 내 생일 카페 때문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몰라서 문의를 해당 팀 메일 계정에 보냈다. 관련 문의 사항을 보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답은 얻지 못했다. 그런데 진짜 나 때문인 건가.


건너 들었는데, 이 회사에 소속된 아이돌 멤버의 생일 카페를 열었던 사람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 주변에서 그들에게도 생일 카페 특전을 한번 보내보라는 제안을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얼마나 사람들이 이행할지 모르겠다. 생일 카페 굿즈를 자랑하러 생일 카페를 여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고, 나도 이 굿즈를 공식 계정에 자랑하기 위해 제작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큰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이 생일 카페는 끝났고,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하지만 이 생일 카페가 끝나고 다른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따지고 보면 이 시리즈도 직후에 시작되었다. 내가 원인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생일 카페와 관련된 회사 트윗으로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새 과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 이 생일 카페를 보고 자신만의 생일 카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누군가는 이 생일 카페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어쩌면 이번 생일 카페로 누군가의 마음을 일렁이게 했을 지도 모르겠다. 생일 카페를 진행하면서 어떤 팬들의 마음이 일렁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 보기도 했고, 간접적으로 듣기도 했다. 아이돌 멤버의 마음은 확인이 되지 않았기에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적어도 내 마음은 크게 일렁였다. 내가 만든 생일 카페에 내가 가장 크게 일렁였다.

keyword
이전 11화사소하지만 생일 카페에서 만난 기적